외로움에 사무친 우리에게 말한다

2013-12-01     이경관기자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홍희정 저, 문학동네, 166쪽, 95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몇 살을 먹어도 좋은 법이야.”(26쪽)
 홍희정의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아릿한 성장담이다.
 이 소설은 `제18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을 맡았던 황종연 문학평론가는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청춘의 설렘과 기쁨을 그에 어울리는 온화한 유머와 낙관으로 그려낸 사랑스러운 작품”이라고 평했다.
 `들어주는 사람’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르바이트생 `이레’와 대형마트 반대시위를 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개미슈퍼’를 지키는 `율’, 힘든 시절 자신을 도와준 친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속죄의 삶을 살겠다는 `남 사장’, 자장면을 먹으며 암 선고 사실을 말하고는 앞으로 남은 생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겠다고 선언하는`이레의 할머니’.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갖고 살아가지만, 그것을 표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작가는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독자들에게 인물의 아픔의 깊이를 가늠케 하고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의 아픔을 보듬는다.
 “일단 전화를 받자마자 우는 사람들이 난이도가 가장 낮다고 보면 돼. 그들은 위로를 받으려는 게 아니야. 그저 수화기 너머 자신의 울음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지.”(37쪽)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때로는 어떠한 말 한 마디보다, 그저 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키가 186cm나 되고 어느덧 스물여섯이라는 나이를 가졌음에도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 같은 청년 율과 외로워질까 겁이나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이레.
 이 책은 현대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지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그저 외로움에 사무친 우리에게 말한다. 누군가에게 말해 보라고.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