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의 일가족 습격사건 `남의 일’아니다

2007-02-27     경북도민일보
노부모와 두 아들이 포도밭에서 일하다가 느닷없이 멧돼지의 습격을 받은 일이 지난주 벌어졌다. 일가족 넷 가운데 부모는 안전했다.그러나 두 아들은 중상이었다. 30분 넘게 큰 멧돼지와 사투를 벌인 탓이다. 이렇다 할 무기도 없이 큰 멧돼지에 맞선 용기는 오로지 부모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효심의 발로였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요즘은 멧돼지 피해가 하도 많은 탓인지 모두가 심드렁하게 넘어가는 듯한 분위기다. 이날 한 마리가 기습했기  망정이지 만일 떼를 지어 덤벼들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도 괴롭다. 김천시 봉산면 광천1리 현장은 굶주린 멧돼지가 가끔 내려오는 곳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멧돼지 출몰 다발 지역임을 알고는 있으나 대비는 없었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멧돼지의 개체수가 늘어남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막심하다. 일년동안 땀흘려 지은 농사도 멧돼지떼가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폐허처럼 돼버리기 일쑤다. 이제는 농작물 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를만큼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멧돼지를 사냥하다가 오발로 말미암은 인명피해가 일어나긴 했어도 멧돼지의 직접 공격은 드문 일이 아닌가. `남의 일’이라고 불구경 하듯 할 수만은 없게 돼있다. 굶주린 멧돼지가 도심까지 내려온 전례도 있지 않은가.
이번 멧돼지의 일가족 습격사건은 대책을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해마다 수렵은 하지만 개체수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면 포획 허용수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근본 원인은 멧돼지의 먹이부족이다. 잡식성인 멧돼지 먹이가 충분하다면 구태어 동네에까지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숲속에 야생동물의 먹이를 남겨둘 수 있는 방안 또한 깊이 연구해봐야 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