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 떠나는`한국의 미래’

2007-03-01     경북도민일보
 `고교생에게 중국어 교육보다 수학 한 시간 더 가르치는 게 낫다.’ 미국 어느 대학의 한 교수는 연전 미국의 `중국어 공부’붐을 이 한 마디로 비판했다. 중국이 80년대 이후 조금씩 개혁 개방으로 나오면서 경제성장을 거듭하자 미국 사회가 중국을 배우자며 온통 중국어 학습 바람이 불고 있을 때 던진 일갈이다.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애쓰는 대신 그 시간에 중국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과학기술 격차를 벌이는 것이 더 나은 경쟁력 강화라는 것. 일테면 GM자동차 한 대 더 파는 것보다 `날아다니는 꿈의 자동차’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중국과 장사로 다툴 것이 아니라 아예 과학 기술적 측면에서 그들을 훌쩍 앞서가는 것이 미국의 올바른 선택이라는 촌철살인적 갈파였다.
 이 말에 한 사회학자는 “존 듀이 이후 가장 실용적인 학설”이라고 극찬했다. 1930년대 당시 이론주의 교육에 매몰돼 있던 미국 교육이 과학기술 및 노작(勞作) 위주의 실용주의(pragmatism)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창하고 그로써 실용주의 교육을 보편화시킨 이가 존 듀이다. 선진과학기술 미국사회의 기반은 여기서 더 두터워졌다.
 `한국의 미래’로 일컬어져온 포스텍의 수석입학? 졸업의 수재가 과학의 길, 미래 교수의 길을 포기하고 의과대로 진로를 바꿔 화제다. 그는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공계에 비전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의학이나 법학이 실용학문이 아니란 말은 아니지만, 먹고살기엔 과학자가 그런 공부 한 사람보다 훨씬 힘들다는 현실진단이다. 입만 벌렸다 하면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분야가 과학기술이라며 그 우대를 표방해온 이 나라의 허황된 지껄임을 나무라기에 이보다 더 정곡을 찌른 말이 있을까. 스물 두 살 어린 재원이 전하는 말이 `한국의 암담한 미래’일지도 모르겠다싶어 그 울림이 너무도 큰 오늘이다. 정재모/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