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고사분수

2014-01-14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애물단지 또는 애물은 같은 뜻이다. (매우 귀해서 잘 간수해야 하므로) 애를 태우는 사람이나 물건을 뜻한다고 국어사전은 풀이한다. 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식도 애물이다. 심훈의 `영원의 미소’에서도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겨우 돌이 지난 셋째놈의 재롱이 비상해서 고것 하나에만 마음을 붙이고 웃음도 웃을 때가 있지만 그나마도 약하디 약해서 아비의 속을 태우는 애물이다.”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에는 눈길 끄는 시설이 두 가지 있다. 전망대와 고사분수다. 그렇고 보니 시설 관리문제로 끊임없이 소리가 나고 있다. 고사분수만 하더라도 가동 중단이 잦다. 바다 속에 설치한 시설이다 보니 염도와 파도에 늘 시달려야 한다. 그러니 고장이 안 일어날 수는 없다. 문제는 고장이 너무 잦다는 데 있다. 관광객으로서야 멋지게 뿜어져 올라가는 고사분수를 배경삼아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싶은 마음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별러서 기껏 찾아가니 `고장 수리 중’이라면 이보다 더 김빠지는 일도 드물 것 같다.
 영일대 해수욕장에 고사분수가 들어선지도 어느덧 6~7년이 돼간다. 지난 2006년에 16억원이나 들여 설치했다. 물줄기 높이가 120m나 치솟게 돼있어 볼거리의 하나로 꼽혀왔다. 이 볼거리가 또 고장 수리 중이다. 지난 1월 10일부터 3월 10일까지 정기 보수공사 기간이라고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결국 한겨울 내내 물줄기를 쏘아올리는 광경은 볼 수 없고 시설만 덩그러니 서있게 됐다는 소리다.
 영일대 해수욕장의 고사분수 고장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최근에만도 지난해  6월 가동이 중단됐었다. 가동펌프를 바꾸느라고 빚어진 일이었다. 가동펌프의 내구연한은 2년 정도가 고작이라고 한다. 보증수리기간도 끝났다니 앞으로는 수리비가 큰 짐이 되게 생겼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