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2007-03-12     경북도민일보
 이효석의 `山불’을 보면 불 타는 현장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저께 밤에는 맞은편 심산에 불이 보였다.…. 불은 산등에서 산등으로 들러붙어 골짜기로 타 내려갔다. 화기가 확확 튀어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후끈후끈 무더웠다. 나무 뿌리가 탁탁 튀여 땅이 쨍쨍 울렸다. 민출한 자작나무는 가지 가지에 불이 피어 올라 한 포기의 산호수  같은 불나무로 변하였다.”
 `산호수 같은 불나무’가 한두 그루라면 볼거리에 그칠지도 모를 일이다. 온 산이 온통  불나무로 가득찬다면 이야말로 큰일이다. 원인은 자연발화 아니면 사람의 실화,또는 방화다.지난 2월초 겨울가뭄이 극심해지자  경북도가 산불비상경계령을 내렸다. 그런데 그 이튿날 그야말로 `단비’가 내렸다. 하루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호들갑을 떤 꼴이 되어 우습게 돼버리긴 했을 망정 한숨 돌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한달쯤 지난 요즘 경북도내 곳곳에서 산불이 꼬리를 물고 있다. 바짝 마른 나뭇가지끼리 부딪다가 불이 일어날 상황도 아니다. 산불이 어쩌다 한두 곳에서 일어난 것 또한 아니다. 포항에선 지난 6일 하룻밤새 5건이 일어났다. 주말인 10일 밤에도  포항과 영천에서 5건이 또 일어났다. 이뿐만 아니다. 칠곡·안동·청송·경주가 모두 피해지역이다.  이렇고 보니 대다수 산불이 일부러 불을 지른 것이란 심증이 굳어질 밖에 없게 돼버렸다.
 “사람이란 태어나면서부터 불의 찬미자이다.” 보들레르의 말이다. 그 찬미도 정도 문제다. 찬미가 지나쳐 광증(狂症)을 보인다면 사태는 심각해지고 만다. 사회에 불만이 지나쳐 저지르는 짓이라도 다를 게 없다.
 새해들어 11일 현재 도내에서 일어난 산불은 모두 37건이라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나 된다. 연쇄 방화범이 내 고장 산야를 노리고 어슬렁거린다고 생각하면 연쇄살인범이 떠올라 오싹해진다. 당국 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모두 눈을 부릅떠야 하게 생겼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