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욕심에”

2007-03-14     경북도민일보
 도내 곳곳에 산불을 지르고 돌아다닌 범인이 마침내 꼬리를 잡혔다. 범행 하루 만이다. 그 빠른 검거 속도에 경찰 스스로도 놀라고 있는 모양이다. 행운의 여신이 경찰을 도와 줬음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수훈갑은 차량번호를 제보한 주민과  감시 카메라(CCTV)다.
 범인은 진화용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다.더 자세히 말하면 불갈퀴를 만들어 파는 직업이다. 그는 “산불이 많이 나면 내가 만든 불갈퀴가 더 많이 팔릴 것 같아서”라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2005년 세무조사에서 탈세 사실이 들통나 1억8000만원이나 징수당한 앙갚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쪽 이야기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황당한 발상과 탐심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욕심장이는 크게 벌려고 하다가 크게 믿진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불가에선 “욕심은 많은 고통을 부르는 나팔”이라고 가르친다. 성경은 “욕심이 잉태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가져온다”고  탐욕을 경계한다. 정신 나간 방화범이 이런 저런 가르침을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어 준 꼴이어서 쓴웃음도 나온다.
 때마침 영천 출신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이 산불통계 자료를 분석해 내놨다.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가장 산불이 많이 난 곳이 경북이라는 이야기다. 전국 산불은 모두 1537건인데 경북에서 258건이 일어나 16.8%로 최고란다. 피해 면적도 전국 3876㏊ 가운데 701㏊로 18%나 된다. 산불의 원인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시피 해 홍보도 이런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상례다. 여기에 뜻밖의 원인을 하나 더 얹게 됐다.`불붙은 화장지 마구 던지기’다.
 CCTV는 한 대 값이 700만 ~800만원 쯤 된다고 한다. 이번에 범인이 불태운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감시 카메라 수십 대 값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CCTV가 더 설치됐더라면 또 다른 범인이 찍혀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