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시와 시인의 인생은 닮은 꼴

한시의 성좌… 심경호 지음 l 돌베개 l 372쪽 l 1만원

2014-05-18     연합뉴스

 

 “말을 쉬게 하길 땅 밑에서 하니/ 지나온 곳이 높았음을 비로소 알겠도다./ 오가는 이들이 앉고 눕고를 뒤섞어 하는데/ 사람이나 말이나 탈진한 모습./ 인생은 정해진 분수 있거늘/ 주리거나 배부른 운명을 어떻게 도망하랴./ 탄식하며 처자식 향해 이르기를/ 무슨 이유로 그대들 데리고 이 고생인지!” (성도기행(成都紀行) 제5수 중에서)
 중국의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두보(杜甫)는 당나라가 안사의 난으로 혼란에 빠졌을 때 처자식을 데리고 피란지를 떠돈다. 그는 아들이 굶어 죽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기행시인 성도기행 12수를 남긴다. 두보는 자연풍경을 묘사하며 객지를 떠돌아다니는 자신의 신세를 솔직하게 묘사한다.
 신간 `한시의 성좌’의 저자 심경호는 이런 두보의 시가 “내면의 슬픔을 그대로 토로했다”고 말한다. 그는 진정한 시는 관념의 덩어리를 근사한 어휘로 포장하지 않는다며 두보의 내면의 정서가 개인적인 것을 넘어서 보편적인 것으로 독자에게 공유된다고 설명한다.
 `중국 시인 열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두보 외에도 소식, 이하, 두목, 백거이, 왕유 등 중국 한시사에 한 획을 그은 시인들의 삶과 시를 다룬다.
 그렇다고 책에 실린 모든 시가 두보처럼 침울한 정서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소동파라는 호로 더 유명한 소식(蘇軾)은 북송시대 정치적 혼란 속에서 지방관,혹은 유배객으로 전전하는 삶을 산다. 그러나 그는 조물주가 만들어놓은 천지자연의주인, 즉 풍월주를 자처하며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시들이 시인의 인생과 닮아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또 한시의 거성(巨星)들이 우리 선인들의 미적 정서에 미친 영향들도 알게 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