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삼강주막이 되살아나다

그 옛날 삼강나루 나들이객들 허기를 면해주던 곳
1300리 낙동강 물길이 내성천과 금천을 만나 빼어난 관광명소로 각광

2014-09-18     이부용기자

    

[경북도민일보 = 이부용기자/박기범기자] “주모~ 한 상 주이소.”
 강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주막 평상. 배추전과 두부, 묵 등을 안주 삼아 젓가락 장단을 맞춘다. 이내 어깨춤이 절로 난다.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하고 내일을 이끌어 주는 한 잔의 막걸리.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삼강주막마을. 내성천, 금천, 낙동강이 합류하는 삼강 나루터는 예전부터 선비나 장삿꾼들이 한양이나 장사를 위해 오르내릴 때 배를 타던 곳이다.
 1960년 까지만 해도 번성을 누렸으나 다리가 건설되고 1980년경부터 나룻배 운행이 중지됐다.
 삼강주막(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34호)은 나루터에서 배를 타는 길손들에게 술과 음식을 팔고 숙박을 하던 곳이다.
 현재의 건물은 1900년경 지은 것으로 규모는 작지만 그 기능에 충실한 집약적 평면구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건축역사 자료로서 희소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옛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의의를 간직하고 있다.
 나들이 객에게 허기를 면하게 해 주고 보부상들의 숙식처로, 시인묵객들의 유상처로 이용되기도 했다.
 70여년간 이곳을 지켜오던 유옥련 할머니가 지난 2006년세상을 떠난 뒤 방치됐으나 2007년 예천군에서 옛 모습대로 복원했다. 삼강주막과 그 뒤에 서 있는 수령 450년의 훼나무는 예천을 대표하는 풍경이 됐다.
 특히 부엌 흙벽에 세로로 그어진 줄들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 주모로 불린 유 할머니의 외상 장부. 까막눈이었던 유 할머니가 불쏘시개로 흙벽에 선을 그어 외상값을 표시했다. 봄 보릿고개 때 마신 술값을 가을 추수가 지나고야 갚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 주모의 넓은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다.
 지금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주막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주모 한 상’이다. 두부, 도토리묵, 배추전, 막걸리 한 주전자 등을 1만 4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양도 푸짐해서 주막의 인심을 느낄 수 있다.
 평소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으로 주말이면 하루 평균 1500~2000여명이 찾아 앉아서 쉴 수 있는 자리도 없을 정도로 붐빈다.
 삼강주막 옆에는 보부상과 사공숙소를 재현해 마을에서 간단한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소개돼 있어 주말 나들이 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곳을 찾은 한 관광객은 “사극에서만 보던 주막에서 직접 막걸리를 마시니 꿀맛이다”며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잔치 분위기가 나서 흥겨웠고 푸근한 인심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