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협상 진퇴 기로에 서다

공인 납북자 12명에서 막혀

2014-09-30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연내 방북 가능성까지 점쳐질 만큼 순항하던 북일 협상이 갈림길에 섰다.
 북한이 `사망했다’거나 아예 `북한으로 오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이른바 `공인 납북자’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신문들은 중국 선양(瀋陽)에서 지난달 29일 열린 북일 국장급 협의 때 북측이 애초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할 것이라고 했던 납치 일본인 등에 대한 1차 조사결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30일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제재의 추가해제를 고집하고 있어 양측의 골이 깊다고 지적하고 협상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에 의하면, 5월 스톡홀름 합의 이후 순풍에 돛 단 듯했던 북일 합의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 북일 극비접촉 때다. 당시 북측은 요코타 메구미씨 등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납치피해자 12명(이미 일본으로 생환된 5명 제외)과 관련한 새 정보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신 북측은 전후 북한으로 건너간 조선인의 일본인 아내, 북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실종자를 의미하는 `특정 실종자’ 등과 관련한 내용을 1차 조사결과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일본 측은 이 같은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관심이 `특정 실종자’로 옮겨감으로써 가장 중시하는 `공인 납북자’ 문제가 덮일 수 있다고 판단, 거부하고 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일본은 9월 들어 진행한 북한과의 후속 접촉 때 북한의 첫 보고에 공인 납치 피해자 관련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청했지만,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자 결국 29일 선양에서의 당국 간 회담을 통해 북한을 공식적으로 압박하는 길을 택했다.
 앞으로 북일 협상의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은 일본의 대북 접근을 시종 견제하고 있고, 납치 문제가 북한 최고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한 사항임을 고려할 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건강문제도 변수다.
 일본 외무성 소식통은 북일 협의의 향방에 대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다. 경험한 적 없는 험난한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다만, 북한이 납치문제 조사의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일본의 상응 조치 여하에 따라 일본이 가장 중시하는 `공인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일본 정부가 조사에 1년 가량 시간이 걸릴것임을 언급하는 것도 `공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북측 태도변화에 일말의 기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