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나무 열매

2014-10-05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은행나무의 특징은 잎새다. 그 숱 많고 두껍고 짙푸른 잎새는 여름내 우리의 마음에 샘물을 퍼부어 줄 뿐 아니라 불나방 따위의 지저분한 벌레가 덤비지 못하므로 그 드리워진 그늘도 언제나 깨끗하다. 특히 가을의 그 샛노랗게 물든 맑고 깨끗한 빛깔이란 대체로 구질구질한 편인 우리 인간에겐 너무 과분한 귀물(貴物) 같기만 하다. 열매도 속기(俗氣)는 전혀 없다. … 중략…. 그러나 은행나무는 역시 잎이다.”< 김동리 / 은행 잎>
 많은 `글쟁이’들의 은행나무 예찬 또한 잎이다. 그만큼 은행나무 잎은 허다한 나무들의 잎새와는 격(格)이 다르다. 은행나무의 장점은 잎이 전부가 아니다. 키가 커서 60m 넘게 자라는데다 품질 또한 좋다. 이와 함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그 열매다. 먹기도 하고 약재로도 쓴다. 문제는 쓸모 많은 이 열매가 풍기는 지독한 구린내다. 길을  걷다가  은행 열매를 밟은 발로 음식점에 들어섰다가는  킁킁거리며 쏘아보는 눈총에 지레 뒷걸음질 칠 지경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은행열매는 가을걷이의 한 품목으로 빠지지 않는다. 열매를 떨구기 위해 어설픈 돌려차기 솜씨를 뽐내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거리 풍경이다. 그렇던 은행열매가 애물단지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공기 좋고 인적 드문 곳에서  자란 은행나무라면 구박덩어리가 될 리가 없다. 문제는 도심 가로수의 열매다. 가로수로 사랑받아왔지만 그 열매는 중금속이 흡수돼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부터 누구도 거들떠도 안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요즘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가 늘어나는 모양이다. 떨어진 열매를 주우려는 사람은 없고, 그 지독한 구린내에 고개를 내두르기만 해서다. 지자체인들 묘방이 없으니 탈이다. 좀 있으면 노란 은행잎을 주우려는 사람들이 나타날테니 열매로서는 인심이 야속하기만 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