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환경미화원

2007-04-10     경북도민일보
 중국 국민당을 이끈 장개석 총통의 일화인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남몰래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순찰의 눈에 띄고 말았다. 연유를 묻자 중국출신 생도들이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쓴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는 요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같은 청소를 해도 화장실 청소는 일종의 `벌’인 게 통례다. 이렇듯 모두가 싫어하고 꺼리는 일이지만 누군가가 앞장서 하면 그 덕분에 나머지 사람들은 좋아지는 게 청소다. 시가지 청소 또한 다르지 않다.종래 청소부라 부르던 이름을 환경미화원으로  격상시킨 것도 이런 노고에 대한 답례이기도 하다.
 경주시가 엊그제 환경미화원 합격자 16명을 발표했다. 46대1이나 된 경쟁률도 관심거리였는데 막상 뚜껑이 열리니 더욱 놀랍다. 합격자 가운데 대졸이 13명으로 81%를 차지한데다 여성도 3명이나 됐다. 굳이 `가방 끈’이 길어야 할 일도 아니고 여성에게는 힘겨울 성 싶은데도 사회 통념이 보기좋게 깨져버린 꼴이다.
 이 현상을 놓고 이런저런 의견들도 나왔지만 취업난, 더구나 청년실업이 심각한 현실에선 격려해줘야 할 일이다. 중견 기업 간부를 지낸 40대도 합격했다니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엔 아직도 `체면’이 실천의 발목을 잡는 올무 노릇을 하고 있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왕년의 금테’도 은퇴하고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용기야말로 참 용기라 할 수 있겠다.
 개인 이야기를 해야 겠다.내로라하는 기업체의 고위 간부를 지낸 내 친구 하나가 뜬금없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아내 앞에서 `입방정’을 떨다가 자초한 일이지만 그는 이를 실천에 옮겼고 그에겐 `김씨 아저씨’란 별명이 붙었다. 짓궂은 친구들의 장난이지만 그 속엔 존경심이 담겨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옛날에 `무엇’아니었던 사람 어디 있나? 그러나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