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강도에 떨고, 멧돼지에 놀라고

2007-04-11     경북도민일보
 
 
 요즘 포항시민은 늘 불안하다. 주택가엔 강·절도가, 학교 운동장엔 멧돼지가 휘젓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야음을 틈타는 것도 아니다. 대낮에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그런데도 범죄수사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멧돼지가 출몰해도 관계당국은 서로 엇박자만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관계당국은 있되, 시민이 믿을 곳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강·절도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 곳은 편의점과 가정집이다. 강도들은 새벽에 한탕 한 뒤, 같은 날 오전에 또 한 번 범죄를 저질렀다. 빈집털이들은 부모님 수술비로 어렵게 마련한 돈까지 들고 튀었다. 멧돼지가 출몰한 용흥초등학교 가까이엔 중고등 학교가 여럿 있다. 모두가 인구 밀집지역이다. 이야말로 시민 안전망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음을 입증하는 것 아닌가.
 시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관계당국의 상황인식과 대처 방법이다. 멧돼지 사건만 해도 그렇다. 포항시내에 멧돼지가 출몰한 것은 지난달 일이다. 포스텍 가까운 야산에서 3월 27일 엽사 4명이 2마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끝이다. 경찰이 `안전’을 이유로 포항시에 총기 반환을 요구한 까닭이다. 그 뒤로는 입씨름만 벌이며 시간을 끌어오다 초등학교 운동장이 멧돼지 놀이터가 돼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멧돼지 출몰은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다. 포도나무를 돌보던 일가족을 습격해 부모를 지키려 사투를 벌인 두 아들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터진 게 불과 얼마전이다. 이번엔 때마침 점심시간 이었기에 망정이지 정말로 큰일이 벌어질 뻔 하지 않았는가. 멧돼지가 주택가로 뛰어들었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들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포항시와 경찰은 이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민 안전은 뒷전인 채 서로 길들이기에나 정신 팔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