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주고받는 가족간의 상처를 치유하다

가족치료 연구소장인 저자가 가족문제 인한 상처 다독여

2014-12-21     이경관기자

 

가족의 두 얼굴
최광현 지음 l 부키 l 261쪽 l 1만38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가족관계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찍어 내는 붕어빵 틀이라 할 수 있다. 가족관계가 어떤 틀이었는가에 따라 이후의 수많은 인간관계가 그와 유사하게 만들어진다.”(22쪽)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 딸을 죽인 엄마. 최근 각종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가족 살인 사건. 내용 뿐 아니라 살해 방법 등도 가히 충격적이다. 왜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이 이처럼 서로를 죽이고 미워하는 관계로 전락했을까.
 최광현 교수의 ‘가족의 두 얼굴’은 이러한 가족관계에 대한 친절한 해설서인 동시에 내 안의 상처와 가족, 그리고 치유에 대한 이야기다.
 한세대 상담대학원 교수이자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가족치료사로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우리 마음에 생긴 가장 깊은 상처는 대부분 가족과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 속에서는 각종 갈등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우리는 이유 없이 외로워지고 슬퍼지곤 한다. 저자는 관계 갈등의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가족에게 있다고 이야기 한다.
 “부모에게 거부당하고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 자기애가 부족한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쉽게 상처 받고 좌절한다. 자기애가 연약하고 손상당한 상태여서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위축되고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자꾸 보인다.”(206쪽)
 가족과 함께 있어도 너무나 외롭다며 저자를 찾아온 40대 회사원이 있었다.
 그는 장사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외동아들로 자랐다. 어린 시절 그는 집 계단 아래에 앉아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부모를 마냥 기다리곤 했다. 그는 자라서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런데 그는 가족들과 잘 섞이지 못하고 겉돈다. 외로움이 더욱 심해질수록 그는 일에 몰두했고 가정에 소홀했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 그에게 서운함을 토로했고 그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들이 답답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우리 안에는 오랜 고통을 반복하는 과거의 상처 받은 내면아이가 있다. 어린 시절의 탐색 작업을 통해 어린 시절의 나와 연결되었다면 이 내면아이와 대화를 해보자. (…) 이 상처 받은 내면아이가 불행의 반복성에서 벗어나도록 말을 걸어야 한다. 내면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은 내 안에 어떠한 감정과 욕구가 있는지 인식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공감하기 위한 행동이다.”(93쪽)
 저자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내면아이인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내면아이는 성장을 거부한 채 상처 안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지내고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거부한다.
 저자는 이 남자의 사례를 통해 상처의 대물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나고 자란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를 그대로 안고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현재 가족 또한 비슷한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상처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내면아이와의 소통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가족관계에서 스스로 맡아야 할 그 이상의 역할은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오히려 가족의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된다.”(146쪽)
 저자는 또한 가족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부의 갈등은 각자 배우자가 어린 시절 경험한 상처가 1+1로 합쳐져 발생됐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문제 발생의 원인이 서로가 아닌 스스로에게 있다고 인정할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소속감을 느끼는 곳이 가족이다. 우리가 가족과 깊게 연결되어 가족들과 애착을 잘 형성할 때 여기서 느끼는 소속감은 사랑과 행복감의 원천이 된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 가족에 속해 있고 그들도 나에게 속해 있다는 느낌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분명하게 답을 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30쪽)
 이 책에는 우리네 가족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다양한 가족들의 사연과 저자가 겪은 솔직한 상처가 담겨있다. 그들의 상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나와 나의 가족을 바라보는 내면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주고받을 수 있는 가족 간의 상처. 가족의 두 얼굴, 그에 대한 해답은 결국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