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류독소·산나물 중독

2007-04-24     경북도민일보
 “흰 조가비, 갈색 조가비, 바닷물에 구으는/바다의 조가비들이 울부짖으며/물거품 끝이랑 재잘거리는/사주(砂州)에 무리질 때  /그것은 기묘한 혼잡/그러나 파도가 물러날 때면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혹은 환히 드러나 메마른 채 번쩍인다.” <T.휴스/조가비>
 조가비는 조개의 껍데기다.생살은 남의 먹이가 되어 사라졌으나 껍데기는 남아 사랑을 받으니 괜찮은 한살이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죽어서 대접받는 호랑이 가죽과 같은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조개 껍데기는 녹슬지 않는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조갯살 또한 사랑받는 먹을거리 반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조개깍두기, 조개밥, 조개어채,조개저냐, 조개젓, 조개찌개, 조개탕….
 이에 샘이라도 난 것인가.더위가 일찍 시작되자 불청객 패류독소 또한 서둘러 찾아왔다. 동해 수온이 최고 3.2도까지 오르자 구룡포도 진주담치(홍합) 채취금지 해역으로 발이 묶여버렸다.예년보다 20일은 넘게 빨리 패류독소가 검출되기 시작한 탓이다.자칫 이 독소에 중독이라도 되는 날엔 호흡도 마비돼 죽음에 까지 이를 수도 있으니 주의가 상책이다.
 때이른 더위는 산속의 산나물에도 심술을 부리고 있다.그제 문경에서는 산나물을 먹고 세 사람이나 긴급 후송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겨울철 이상고온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 탓이다.온난화는 한반도의 아열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이제는 산나물 조차 마음놓고 먹지 못할 세상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런 위험쯤 아랑곳없다는 듯 동해안 일대 산림은 산나물 채취꾼들로 북새통이다.관광버스들이 실어나르니 그럴 밖에 없다.이들은 산나물을 따는 것이 아니라  뿌리째 캐버려 재생의 기회마저 빼앗아 버린다.멋진 나무나 돌도 눈에 띄면 무사하질 못한 실정이다.처벌 규정 쯤 있으나 마나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