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된 ‘제국의 기억’ 성찰 필요

제국 일본 여전히 청산 안돼… “콘크리트 공사 멈춰야 공존”

2015-04-12     연합뉴스

 

제국일본의 사상
김항 지음 l 창비 l 343쪽 l 2만2000원

 광복 70주년이 된 오늘에도 ‘제국 일본’이라는 개념 자체는 별로 낯설지 않다. 일본 우익의 망언이 걸핏하면 문제가 되는 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려는 움직임을 보면서 옛 제국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항 연세대 국학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교수 역시 ‘제국 일본’이 여전히 청산되지 않았다고 보는 학자이지만 현실 인식은 좀 다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연구서 ‘제국일본의 사상’(창비)에서 과거 제국이었던 일본은 물론 그 제국의 식민지였던 동아시아 각국까지 전후 제국의 기억을 망각했다고 지적한다.
 식민지배의 가해자였던 일본이 식민지배 등 제국과 관련한 과거를 지우는 데 주력한 것은 충분히 있음직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도 해방 후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듯 국가나 민족을 강조하면서 ‘제국의 기억’을 불식하려 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이같은 상황을 과거에 대한 ‘공구리(콘크리트)질’로 표현한다.
 그러나 언뜻 강고해 보이는 망각의 콘크리트 아래 제국 일본이라는 지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제국-식민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층이 요동치면서 콘크리트에 균열을 낸다는 데 저자는 주목한다. 악화일로에 있는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가 그 증거로, 이는 오히려 ‘제국의 기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콘크리트 공사를 멈췄을 때 동아시아는 ‘공존’의 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