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말한다

음식과 ‘문명화된 몸’ 탐구, 주체성·감정 상호연계성 살펴

2015-05-03     연합뉴스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
데버러 럽턴 지음·박형신 역자
한울아카데미 l 336쪽 l 3만6000원

 요즘 ‘쿡남’(요리하는 남자)이 대세다. 출출해지는 야심한 시각이면 어김없이 TV에서 ‘먹방’(먹는 방송)이 나온다.
 ‘먹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연료 채우기’의 의미를 넘어선다.
 음식과 먹기는 사회계급, 지역·국가·문화·성(性)·종교·직업적 경계, 계절, 전통을 말해줄뿐더러 어떤 사람의 몸에 대한 통제력을 입증하는 방편으로의 기능까지 한다.
 고급 생수 브랜드 ‘에비앙’을 마시는 사람을 두고 ‘세련됐다’ 혹은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채식만 하는 사람을 보고 ‘웰빙한다’나 ‘금욕적이다’라는 이미지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 시절 떡볶이를 먹고 체한 기억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떡볶이를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면 식습관은 그 사람의 성장과정 한 단편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음식이 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그간 사회학에서는 인간의 몸을 단지 주어진 것으로 간주했고 ‘몸의 사회학’에 대한심도 있는 논의도 많이 이뤄지지 못했다.
 사회학 분야의 교수로서 몸, 감정에 관한 연구에 집중해온 저자는 먹기를 생리적 현상으로 보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음식과 ‘문명화된 몸’을 탐구하고 음식, 주체성, 육체화, 기억, 감정의 상호연계성을 살핀다.
 나아가 가족·사회 안에서 음식 및 먹기가 수행하는 역할과 의미, 인간이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감정까지 파고들어간다.
 “모든 사회에서 음식의 공유는 친족 관계와 친구 관계에서 지극히 중요한 부분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개인과 음식을 함께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범위는 그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 친척 또는 친구로 간주되는지 보여주는 표시이다.” (본문 71쪽)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