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전염병

2007-05-02     경북도민일보
 전염병은 시국이 불안하면 더욱 기승을 떠는 건가. 3·1운동기, 2차대전말기, 6·15전쟁기에 전염병이 크게 번졌다는 기록도 있으니 황당한 생각만은 아니다. 그러나 의술 발달에 속도가 붙게되니 희생되는 사람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실제로 광복 무렵 질병 사망률이 14.1`5%이던 것이 1990년대엔 3%아래로 떨어졌다.
 1종 전염병으로 분류된 질병은 많다. 콜레라,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 이질…. 이들 가운데 장티푸스만 보더라도 세월이 흐를수록 발병과 치유가 개선되는 흐름이다. 유관기관의 자료를 참고하면 10만명을 기준삼아 1960년 발병률은 11.2%였다. 이것이 1993년엔 0.7%로 확 낮아졌다. 같은 시기 치명률 또한 4.5%와  0.0%를 기록했다.
 포항에 첫 장티푸스환자가 발생했다. 영덕지역에서 대게와 생선회를 먹은 뒤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초기 대응이 늦어 허점이 드러났다해서 말들이 많다.나중에야 어찌 되든 일단은 `쉬쉬’ 작전으로 나오니 늘 뒤탈이 커지곤 하니 이 또한 고질이다.
 더 큰 문제는 수인성 전염병이 이제는 계절 구분도 없이 계속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여름이 제철인 장티푸스 환자가 이제는 한 겨울에도 나타난다. 지난해엔 구미에서, 올해엔 안동에서 모두 1월에 장티푸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3월말이다. 참으로 철 모르는 전염병이다.
 요즘은 갖가지 `파괴’현상이 곳곳에서 시도때도 없이 벌어지는 세상이다. 물건 값이 널을 뛰면 `가격 파괴’고, 남녀 균형이 무너지면 `성비 파괴’ 이런 식이다. 일일이 주워섬기기도 숨찬 `파괴’현상이다. 장티푸스는 `기온 파괴’의 부산물이다. 지난 4월 마지막 주말 울진 29.8도를 비롯해 경북지역은 때이른 무더위의 기습을 받았다.계절의 벽이 무너진 틈새로  온갖 잡병들이 제세상 만난 듯 춤추며 나올까 지레 걱정스럽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