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더위

2015-07-22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지구 북반구에서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큰 시기는 하지 다. 북위 35도 안팎의 우리나라는 하지 때 남중고도가 약 78.5도에 달해 태양 입사각이 직각에 가장 가까워진다. 태양이 머리 위로 거의 수직에 가깝게 내려 쬐인다면 더위는 이때가 절정이 돼야 할 거다. 하지만 기온은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에 이르러서야 가장 높아진다. 하지 무렵에 받은 태양열로 북태평양 바닷물이 데워지고 육지의 지열이 높아져 기온에 영향을 주는 데는 약 한 달이 걸리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낮 12시보다 오후 2시쯤이 더 더운 이치와 같다.
 그래서 하지는 6월 21~22일이지만 가장 더운 절기 대서(大暑)는 한 달 뒤인 7월 23일경이다. 중국 전국시대 진(晉)나라 풍속에서 유래한다는 삼복(三伏)의 한가운데인 중복도 대서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든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사람과 개가 모두 더위에 지쳐 가만히 엎드려 있는 형상을 나타내는 게 복날이라 하지 않는가. 옛 사람들이 하지 뒤에 오는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으로 하여 복날 셋을 정한 것은 오래 전에 이미 지구 북반구 기후 패턴에 관한 지식이 축적되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하겠다.
 오늘이 24절기 중  열두 번째인 대서이자 중복. 언제나 이맘때면 그렇듯 온통 더위가 화두다. “이놈의 더위 언제까지 갈 거냐”는 거다. 이번 주 들어 구름 낀 날이 많고 곳에 따라 간간이 장맛비도 내리지만 연일 삼십 몇 도를 기록하는 고온에 사람들은 지쳐 헉헉거린다. 더러는 대상없는 상소리도 내뱉는다. 습도마저 높아 있으니 짜증이 그야말로 왕짜증이다. 하지만 지금 이 더위 아래서 우리의 먹거리인 농작물들은 열매를 맺어 여물어가고 있다. 요즘 같은 혹독한 더위를 두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읊은 시 한 편 문득 생각난다.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된다/ 그래도 감사, 감사한 것은/ 이 정도면 견딜만하다는 것이다//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가/ 이쯤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태양이 이보다 훨씬 가까워지면/ 무더위를 견디다 못하여/ 살아남을 자 그 누가 있으리// 태양이 지구에서 너무 멀리 있어도/ 저온으로 인하여/ 그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리니// 천지를 짓고 섭리하시는 창조주는/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이런 것까지도 다 헤아리셨구나>(오정방/ 무더위도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