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꽃

2015-07-23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고구마는 원산지가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앙아메리카다. 한때 중남미를 지배했던 스페인이 필리핀을 통치할 때 처음 아시아에 들여왔으며, 필리핀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일본으로, 다시 일본에서 17세기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고구마라는 이름은 일본어 ‘고귀위마(古貴爲麻)’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옛날의 귀한 마’라는 뜻이다. 여기 나오는 ‘마’는 본디 ‘산토란(山芋)’을 뜻하지만 옛글 쓰임새에 보면 감자라는 뜻과 더불어 고구마란 뜻도 있다. 향가에 나오는 서동(薯童)을 학자들이 ‘맛둥’으로 읽은 사례도 그것을 말해준다.
 본디 아열대 식물인 고구마는 제 고장에선 꽃이 통상 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온대 지방에선 잘 피지 않는다. 피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고구마꽃 구경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평생 한 번 못보고 마는 경우도 허다한 게 이 꽃이라고 한다. 백년에 한 번 핀다는 속설도 있다. 그만큼 귀하다는 거다. 귀해서 그런지 그 꽃말은 ‘행운’이란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건지, 행운을 빈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구마가 바야흐로 밭에서 한창 줄기를 뻗치고 있는 계절이다. 그런데 백년손님 고구마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지난주 경기도 파주에서 고구마꽃 개화가 뉴스를 타더니 잇달아 일산에서도 피었단다. 강원도 정선에서도 피고 울산에서도 피었다. 모처럼 보는 꽃이라 저마다 카메라를 들이대 메꽃을 닮은 별 모양의 연보랏빛 꽃송이를 신문 지면에, TV화면에 옮겨놓고 있다.
 우리고장 영덕에서도 고구마꽃이 환하게 피었단다. 지풍면의 한 고구마밭에서 10여 송이가 활짝 피어났다는 거다. 반갑다. 행운이란 꽃말을 가진 이 귀한 꽃이 올여름 들어 여기저기서 피어난다는 소식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즐거워진다. 그러잖아도 봄부터 답답한 뉴스들로만 꼭 찬 이 나라, 국민 모두에게 행운이 좀 찾아들려나 싶어 기분이 좋아지는 거다. 부디 백년손님이란 귀한 고구마꽃이 우리 곁에 찾아왔듯 국민 모두에게 행운도 한 아름씩 다가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