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똥=타조 똥

2007-05-07     경북도민일보
 2004년 환경부는 전국의 멧돼지를 20만마리로 추정했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100㏊에 2.3마리 꼴이었다. 2001년엔 0.5마리였으니 500%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먹이 대란’이 뛰따를 것은 뻔한 일. 농작물 피해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겪는 일이 돼버린지 이미 오래다.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멧돼지가 습격하는 곳마다  그야말로 쑥대밭, 난장판을 각오해야 한다.
 후각이 사람보다 10배나 예민하다는 멧돼지는 무덤도 파헤쳐 망가뜨리기 일쑤다. 선조의 무덤을 찾아온 성묘객들이 무덤에 뿌린 술냄새를 맡고 날뛰는 탓이다.멧돼지는 2㎞밖에서도 사람냄새를 맡는다고 한다. 이런 능력을 지닌 멧돼지이니 무덤에 뿌리는 술 냄새는 `난동 파티 초청장’과 다를 게 없다.
 2004년 야생동물이 농작물에 입힌 피해는 206억3600만원이었다. 그 가운데 멧돼지 피해는 82억여원으로 추정됐다. 그 피해는 이제 사람을 직접 공격하는 일로까지 번지고 있다. 포항시와  경찰이 이견을 드러내며 실시한 멧돼지 사냥은 2달 동안 5마리 사살로 끝난 게 얼마전 일이다.
 이렇듯 멧돼지는 이제 연중(年中) 뉴스가 돼버렸다.퇴치법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지난해 동물원 호랑이 똥이 품귀사태를 빚은 일이 있다.농민들이 앞다퉈 얻어간 탓이었다. 강원대 김종택 교수팀이 1년여 연구 끝에 내놓은 보고서가 흥미를 끈다. 호랑이 똥 뿐만 아니라 곰·타조 똥도 단기 효과는 같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육 멧돼지는 오히려 이것을 먹어치우기까지 했다니  호랑이 똥 냄새도 코에 익으면 `약발 끝’인 가보다.
 아직까지는 최상의 방법으로 알려진 전기울타리 효과도 2~3년 밖에 안간다는 사실이 일본에서 입증됐다고 한다. 호랑이도 씨를 말린 사람이건만 멧돼지쯤  겁줘 쫓아내는 방법 찾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