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호박

2007-05-08     경북도민일보
 “난폭한 사내애는 꺾었습니다/들에 핀 장미를/장미는 거절하며 찔렀습니다/그러나 아무리 울어봐도 쓸 데 없는 것이 /장미는 꺾이고 말았습니다/장미여 장미여 붉은 장미여.” 5월은 계절의 여왕이고, 장미는 5월의 꽃이라고 했던가. 괴테의 `들장미’한 대목을 옮겨 봤을 뿐이지만 앞다퉈 장미를 노래한  5월의 글밭은 풍성하다.
 이런 글재주는 무디지만 꽃을 사랑하는 남편과 알뜰주부가 이웃에 살았었다. 뜬금없이 이웃집 가시버시를 입에 올리는 것은 5월이 되면 으레 벌어지던 `장미와 호박의 전쟁’이 생각나서다.남편은 담장을 수놓은 덩굴장미를 아꼈다.그러나 그집 아내는 그 옆에 호박을 심어 줄기를 올리며 남편과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장미 가시가 호박을 찌른단 말예요.” “어허,호박 줄기가 장미 목을 조르는구먼.”
 `낭만 씨’와 `실용 여사’가 이사가자 5월의 전쟁도 그치고 말았지만 장미는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있다.꽃망울이 굵직하게 맺힌걸 보니 머잖아 터치고 나와 아름다움을 겨룰 태세다.꽃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올해엔 아마도 며칠이라도 빨리 피려니 싶어 오갈 때마다 한번 씩 눈길을 주는 터다.논리는 간단하다. 더위가 일찍 닥쳤으니 꽃망울도 일찍 터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일 뿐이다.
 기온이 자꾸 오르고 있다. 29.8도가 경북 최고온도란 소리를 들은 게 얼마 전인듯 싶은데 엊그제 포항은 30도 였단다.앞으로도 기온은 계속 오를 것이고 기록은 깨져 나갈 텐데도 당장 더우니 탈이다.
 지난 겨울엔 평균온도보다 2.03도가 높았고,특히 지난 2월엔 평균치를 3도 이상 웃돌았다고 한다.  빙점을 조금 벗어난둥만둥해야 정상인데 겨울이 이랬으니 올해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 것인가.
 그런데도 기상청은 `평균 여름온도’를 내다보고 있다.한쪽에선 한반도도 아열대기후 징후를 나타낸다고 호들갑인데 기상청만 늠름한 것인가.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