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의 위상

2015-09-15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그러나 무어니무어니 해도 벌겋게 버무린 고갱이를 어적어적 씹어 먹는 맛이란 둘째 가라 하면 섭섭하다 할 초겨울의 진미다. 주머니와 의논을 해서 값을 덜 들이고 많이 담그는 재주나, 날씨와 의논을 해서 시지 않게 알맞은 맛을 내는 재주는, 물론 숙련도 필요하겠고 재주도 관계가 있겠지만 이론만 가지고는 안 되는 묘리(妙理)가 있는 모양이다.” <천관우 / 新歲時記 겨울 >
 옛날엔 김장이 집안의 큰 행사였다. 핵가족시대인 지금은 옛날 얘기다. 그러나 해마다 늘 김장을 해온 가정주부는 가족 숫자가  줄어들었어도 습관처럼 김치 담글 궁리를 한다. 가을철  배추를 보면 솜씨 좋은 손끝이 근질거려서라도 몇 포기 김장이라도 해야 할일 다 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김장은 ‘반양식’인 까닭이다.
 요즘은 중국산 김치가 주인행세를 하는 시대다. 최근 2년 동안 중국에서 들여온 김치가 2569억원(2억1412만달러)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 내다 판 우리 김치는 2030만원(1만6908달러)라는 얘기다. 수출입의 차이가 1만2664배나 된다.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식품의약안전처의 자료다. 새누리당 김재원 국회의원(군위·의성·청송)이 국정감사장에서 이를 공개했다. 뽑히지도 않은 채 김장밭에서 비바람 맞아 시들어가며 겨울을 나는 배추를 보면 알만한 일이다.
 일본산 ‘기무치’가 한국의 김치 수출시장을 잠식한다고 답답해 한 때가 그다지 오래지 않다. 이제는 중국산 김치를 들여와 먹는다. 값이 6분의 1 수준인 때문이다.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현상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원산지 표시 위반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김치의 중국시장 진출은 아직도 더 기다려야 길이 열릴 모양이다. “이론만 가지고는 안 되는 묘리”가 숨어있는 종주국 김치의 감칠맛에 중국인들이 반색하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