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다 다쳤는데 빚내서 치료비 내다니

2015-09-24     연합뉴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 군에 보내 놨더니 병신만 되고 치료도 제 돈 가지고 해야 하고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였습니까.”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 중 지뢰를 밟아 다리를 심하게 다친 곽모중사의 어머니가 쓴 편지 내용은 국가의 관련체계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보여줬다.
 국방부에 따르면 곽 중사는 지난해 6월 DMZ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지뢰사고를 당했고, 강원대학병원으로 후송돼 119일간 치료를 받았다. 곽 중사는 골절 치료, 피부이식 등 5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는데 총 진료비 1750만원 중 750만원을 자비로 낼 수밖에 없었다.
 공무수행 중 부상한 장병이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최대 30일 이내 진료비만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소속부대 중대장이 우선 적금을 해약해 치료비를 대신 내줘 퇴원했고, 이후 곽 중사 모친이 빚을 내 750만원을 갚았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위험한 작전을 하다가 다쳤는데, 치료비를 위해 빚까지 졌다.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였나”라고 곽 중사 모친은 한탄했다.
 지난달 초 북한군의 DMZ 지뢰도발 사건으로 크게 다쳐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하재헌 하사도 치료비 중 일부를 자비로 부담할 뻔했다. 다행히 하 하사의 경우는 관련 소식이 언론을 통해 미리 알려졌고, 국방부가 병원진료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해결됐다.
 이번에도 국방부는 곽 중사 어머니 편지 내용이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일자 진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서둘러밝혔다. “군대는 언론에 나와야만 치료비 지원을 해 주느냐”, “매번 사후약방문”이라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국가안보의 최전선에서 작전 중 부상한 장병에게 치료비를 물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곽 중사의 사례가 보여주 듯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
 북한군 지뢰도발 사건으로 부상한 하 하사가 자비로 치료비를 낼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규정이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 뒤 적지 않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아주 특이한 케이스로만 알았다.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 얼마나 있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조사결과 단 돈 10원이라도 자비로 치료비를 낸 것이 발견된다면 소급을 해서라도 국가가 마땅히 지원해야 한다. 이런 불합리한 규정을 지금까지 방치해 온 당국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공무수행 중 부상한 장병의 민간병원 진료비를 최대 2년 동안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발의됐다고 한다. 국회는 당장입법조치를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