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요일제

2006-06-14     경북도민일보
 `석유’를 노래하며 “인간의 피보다도 더 짙은 향유(香油)”라고 읊은 시인이 있었다.시인의 말마따나 이토록 귀중한 기름 값을 산유국들이 올렸다 내렸다 해가며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해온지도 꽤나 오래됐다.사람이 완전히 석유에 코 꿴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잖아도  비싼 기름값 이야기를 하면서 `100달러’를 예사롭게 내다보는 세상이 돼버렸다. 60 ~70달러만 돼도 아우성인 판에 말이 쉽지 100달러를 오르내린다면 서민의 삶은 뼈와 가죽만 남을 지경이 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더구나 우리는 `기름 한 방울’나지 않는 나라가 아닌가.이런 나라가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으로 꼽힐 때엔 얼마나 많은 석유가 필요할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비싼 기름값때문에 비명이 터지기 시작한지가 언젠데 이제서야 그 대책이란 것들이 시행되기 시작하고 있다.어제부터 실시된 `승용차 요일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주5일제에 맞춘 것이니 열흘에 하루만 자동차를 쉬게 하는 10부제 보다  갑절이나 강력한 시책이다.물론 목적은 기름 절약이다.그러나 그  실행이 영 엉성하다는 보도다.월요일인 어제 공공기관에는 번호 끝자리가  `1’ 또는 `6’인 차량들이 버젓이 드나드는가 하면 주차장에도 보란듯이 서있더라는 기사가 본보에 실렸다.과태료는 커녕 출입을 막는 사람도 없더라는 것이다.
 러버의 `등받이 낮은 자동차’란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그녀가 등받이 낮은 자동차에 앉아 있을 때 통행세를 받는 관문의 사나이는 요금을 받으려고는 생각지 않고 늙은 머리를 문지르며 자동차를 주의해 보기만 했다.”
 이 글과 똑같은 정경이 공공기관 곳곳에서 연출된 모양이다.그런데도 포항시 관계자는 “홍보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나 어쩐다나.이럴바엔 시행일을 더 늦춰 잡기나 할 일이지.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