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의술의 허실(虛實)

2007-05-22     경북도민일보
임동률
편집부국장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게 되고 `행복추구권’은 우리 헌법 10조에서도 보장하고 있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욕구가 충족돼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누리는 상태’이다. 욕구에는 물질과 사랑을 비롯해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기에 행복 추구는 사람을 지탱해 주는 활력소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제약적 요소들도 존재한다.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 해 질 수밖에 없기에 행복추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희망하게 되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이를 치유하려 갖은 노력을 다 한다. 환자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의사를 찾게 되고, 환후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치유된다. 그러나 현대 의술로 치료가 불가능한 병증도 적지 않다.  현대 의학도 포기한 특이 또는 중증 환자들에게는 공통된 특징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시한부 인생’이라는 시간의 제약이다. 건강 사형선고를 받은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선고 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죽음을 앞에 놓고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것은 환자들의 잘박한 소망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환자와 가족들은 지인들이나 주변을 통해 치유방안을 갈망하게 된다.  중국 후한 말 화타나 노나라 월인에 버금갈 만한 뛰어난 실력을 지닌 명의가 있지는 않을까라는 실낱같은 기대감에 의지한 체 제도권 밖으로 눈을 돌린다. 여기에는 침, 뜸, 한약을 포함하여 여러 종류의 의료행위를 하는 민중의술이 있다. 이들 모두는 과학적·법적 검증을 받지 못한 제도권 밖의 무자격자들이다. 때문에 이들이 의료행위를 하게 되면 엄중한 법의 처벌을 받게 되며 검증을 위한 행위자체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 내면에는 보건위생상 위해우려가 없는 전통의술 등 유사의료행위의 근거 규정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로 관련 규정은 삭제됐다고 한다.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연구하여 자격을 취득한 의사들의 반발은 지극히 당연하다. 검증되지 못한 잘못 된 의료행위는 매우 위험하여 때론 목숨까지 앗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돌팔이들에 대한 엄중처벌은 몇 번을 논해도 옳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댈 곳 없는 시한부 환자들이 민중 의술을 통해 치유된 사례도 적지 않다는데 있다. 그 중 최근 무자격 의료행위자로 고발돼 법원에서 재판 계류 중인 장 모 노인문제는 대표적 사례다. 장 노인은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약재를 처방하여 낫게 해줬고 혜택을 입은 환자와 가족들이 장 노인의 구명운동에 나선 것이다.
 물론 장 노인에게 치료를 받고도 효과가 없었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구명 운동에 나선 사람들은 모두 혜택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환자와 가족들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정말 지속적인 효과를 내는 의료행위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들도 돌팔이들과 같은 처분을 내려 귀한 의술을 사장시키는 것이 국가적으로 도움 되는 일일까?
 아니면 이를 제약할 엄격한 요건을 갖춘 새로운 규정들을 통해 제도권 내로 끌어 들이고 활성화 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이는 우리들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기에 대국민적 의견수렴도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다.  또한 더 이상 늦추거나 미루지 말고 시급히 결정해야 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