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의 시인’ 올리버 색스의 삶의 발자취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 지음·이민아 옮김 l 알마 l 496쪽 l 2만2000원

2016-01-10     이경관기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두렵지 않다고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나는 사랑했고 또 사랑받았습니다. 많은 것을 받았고 일부는 되돌려주었습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세상과 소통했고, 특히 여러 작가와 독자와 소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의식 있는 존재,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 자체가 내게는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2015년 2월19일 ‘뉴욕타임스’ 올리버 색스 특별 기고문 중 일부)
 ‘의학계의 시인’이라 불렸던 미국의 저명한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그가 떠나기 네 달 전에 펴낸 자서전 ‘온 더 무브’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그가 타계 직전에 남겼다고 하는 이 책에는 그가 추구했던 삶과 모험이 생생한 기록으로 오롯이 담겨 있다.
 그가 열네 살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 1000여권은 이 책의 원고가 됐고 가족들을 비롯해 지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도 책 속에 실려있다.
 모터사이클과 속도에 집착했던 젊은 날로 시작하는 이 회고록은 휴식을 모르는 에너지와 열정으로 넘쳐난다.
 책 속에는 그의 사람과 지적 탐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 성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죄의식, 환희와 절망, 유대감과 깨달음,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과 과학자들과의 우정 등이 진솔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대중에게 알려진 대로 그는 동성애자임과 동시에 마약중독자였다.
 그는 의사였던 어머니한테 동성애자란 사실을 들킨 후 ‘가증스럽다’, ‘태어나지 말아야 했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서 그는 마약과 각성제의 원료인 암페타민에 중독된다. 그는 그 고통 속에서 자신을 살린 것은 환자들이었다고 회고한다.
 “나는 환자들에게 매료되었고, 환자들에게 마음을 다했다. 임상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환자를 치료하는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 그러자 마약은 덜 찾고 정신과 상담 때는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187쪽)
 그는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일상과 사회관계를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삶다운 삶을 되돌려주고자 한 이 시대 진정한 의사였다.
 이 책은 세상과 단절된 환자들의 삶과 그 삶을 다독이면서 함께 걸어가는 의사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올리버 색스’라는 인간의 생의 발자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