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내 아동학대범죄 얼마나 심각한 건가
경기도 부천에서 가출 신고된 여중생이 11개월 만에 집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이 장기 미귀가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중생의 시신을 찾아냈다고 한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까닭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부모의 태도가 미심쩍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시신으로 발견된 여중생이 가정폭력이나 학대로 숨졌을 것으로 보고 아버지와 계모를 3일 긴급체포했다. 숨진 여중생은 경찰이 이날 오전 압수수색할 당시 작은 방에 이불이 덮인 채 백골이 된 상태였다고 한다. 추가 수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등이 나오면 정확한 사망원인이 나오겠지만, 현재로서는 가정폭력에 의한 희생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숨진 여중생의 아버지는 경찰에서 “(1년전 쯤) 저녁에 훈계를 했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죽어 있었다. 이불로 덮어놨는데 냄새가 나 방향제를 뿌려두고 집에 방치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딸이 숨진지 보름가량 뒤에는 가출 신고를 했으며, 경찰은 이 여학생이 가출 이력이 있어 단순미귀가자로 처리했다.
이 아버지는 지역의 한 교회 담임목사를 맡아 이후에도 태연하게 활동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직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건의 경우 비정상적인 부모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관할 부천교육지원청은 지난해 출석독려서를 우편발송했고, 아버지에게 가출신고를 권유한 뒤 ‘정원외’로 분류해 놓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말에는 게임중독 아버지가 11살짜리 어린 딸을 집안에 장기간 감금했다가 아이가 맨발로 집을 탈출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여자아이는 키 120㎝에 몸무게 16㎏인 기아상태였으며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다. 이 사건으로 교육 당국이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를 하면서 친부모가 아들의 시신을 끔찍하게 훼손해 4년 동안 냉장고에 냉동 보관한 사건도 알려졌다.
도대체 가정 내 아동학대범죄가 얼마나 많길래 이런 끔찍한 사례가 이어지는지 답답하다. 또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학대사례는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는 일조차 망설여진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실시한 초등학교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결석자 287명 중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학생이 91명이었다. 이 중 18명은 부모의 학대가 의심돼 경찰이 조사토록 했다. 정부는 또 이번 달부터는 초ㆍ중학교 미취학 아동과 장기 결석 중학생 실태도 조사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 같은 경우는 접근방식의 한계로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질 수 있으니 철저한 교차점검을 통해 빈틈없는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