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면 밉상’

2016-02-10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우리 정서에 여자가 너무 똑똑하게 굴면 밉상을 산다”.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이 발언이 1주일 전 종편방송과 일부 신문에서 화제가 됐었다. 4월 총선에 출마를 바라는 새누리당 여성예비후보자대회에 멘토로 참석한 자리에서 여성후보가 선거운동을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누가 질문을 할 때 똑 부러지게 얘기하면 거부 반응이 있다. 약간 모자란 듯이 보여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야당 대변인은 여성비하 발언이라고 몰아붙였고 일부 언론들도 비슷한 비판 자세를 보였다. 이 말이 여성을 비하하는 것인지 여부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여자’라는 말을 ‘후보’라고만 했더라면 나무랄 데 없는 말이라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주 청중인 여성 예비후보들이 선거기술을 물은 데 대한 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크게 비난할 일이겠느냐는 반문도 적지 않았다.
 사람들은 똑똑하게 구는 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똑똑하건, 똑똑한 체 하는 것이건 간에 그런 부류를 싫어하는 건 분명하다. 인간 DNA인지도 모른다. 도대체 잘난 사람과 잘난 체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곧잘 잊어버리고 ‘똑똑’을 내세우고 싶어 한다. 김 최고위원은 바로 이점을 조언한 것이었을 거다.
 김을동 최고위원의 멘토링을 두고 잠시 일었던 논란을 되돌아보면서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말이 떠오른다. 중국인들이 가훈으로 집에 즐겨 거는 문구다. 총명하기도 어렵고 바보이기도 어렵지만 총명함을 감추고 바보인 체 하기는 더 어렵다는 말을 줄여서 쓰는 관용구다. 남 앞에서 잘난 척 하지 말고, 그저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게 풀칠하듯 얼버무리는 게 좋다는 처세훈이다. 청나라 때 서예가 판교 정섭(板橋 鄭燮 1693~1765)이 했다는 이 명언, 다시 들춰보게 해준 ‘똑똑하면 밉상’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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