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폐기 없이 쌀 지원 절대 없다”

2007-06-03     경북도민일보
 제21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났다.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우리측의 대북 쌀 40만곘제공 지연에 북한이 강력 반발하면서 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제공 지연은 전적으로 북한이 핵 폐기를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13 베이징 합의를 무시하고 있는 데 우리만 쌀을 제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게 남한 쌀은 절대적이다. 북핵개발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기고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손벌릴 곳은 남한뿐이다. 그러나 북핵은 남북한 주민 전원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쌀보다 더 화급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폐기’ 합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남한을 향해서는 쌀을 달라, 원자재를 달라고 손을 벌린다. 뻔뻔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노골적인 손벌리기는 남한 정부의 저자세가 한몫하고 있다. 국무총리를 지낸 대선주자를 포함해 범여권의 중요인물들이 너도 나도 북한으로 달려가 `경제지원’을 약속하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을 받아주도록 하소연함으로써 얕보인 측면이 강하다. 특히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남북장관급회담 마지막날 15살 연하인 북한 권호웅 단장에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연발함으로써 체통을 깎았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북핵 폐기 없이 쌀지원은 있을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보다 핵폐기가 몇 배 중요하다. 핵폐기 없는 남북정상회담도 있을 수 없다. 최소한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면 북한으로부터 `핵폐기’의 확답을 받은 뒤 추진해야 마땅하다. 쌀을 주고, 남한 대통령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남북정상회담이라면 그 역풍은 정권과 범여권이 져야할지 모른다. 수천억 원이나 들여 개통한 남북철도가 1회 운행으로 국민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근태 천정배 의원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대북 쌀지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어처구니 없다. 민족을 파멸시킬 핵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으면서 쌀을 주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 딱하기만 하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눈만 뜨면 `8월전 남북정상회담’을 주장하는 것은 뭔가 사심이 있는 것처럼 보여 석연치 않다. 정부가 북한에 대해 보인 단호한 태도는 평가받을만 하다. 북한과 벌이는 협상에는 `원칙’ 이상의 원칙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