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실패한 야권통합 ‘호객행위’

2016-03-06     한동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더민주당-국민의당 야권통합’ 제안이 거의 성사될 뻔했다.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끝내자마자 그가 던진 ‘야권통합’ 미끼에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제외한 구성원 대부분이 솔깃해 하면서 창당 한 달만에 당이 공중분해 될 가능성이 점쳐졌던 것이다.
 김종인의 ‘야권통합’ 카드에 국민의당은 일엽편주처럼 흔들렸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김종인 대표가 야권통합을 물밑에서 제안하자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총선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양당이 물밑접촉 후 발표하는 야권연대는) 감동도 없다”면서 “야권연대를 공개적으로 제안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을 야밤에 ‘보쌈’하지 말고 아예 대낮에 공개적으로 ‘보쌈’해 달라는 주문이다. 국민의당이라는 배가 내부에서 가라앉기 시작했던 것이다.
 김종인-김한길 사이에는‘당대 당 통합을 전제로 야권 단일후보를 뽑을 별도의 공천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까지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공천기구에 대학교수, 시민단체 대표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까지 논의했을 정도다. 김한길 위원장이 야권통합에 적극성을 보이자 김종인 대표는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 신호를 보내셨다고 느낀다”고 공개 평가까지 했다. 김 위원장만이 아니다. 천정배 공동대표 역시 흔들렸다. 그는 대뜸 “새누리당 압승을 저지하는 것이 이번 선거의 목표”라고 반겼다.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을 가장 먼저 탈당한 그가 새정련 후신인 더민주당과의 통합에 쌍수를 든 것이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은 거덜 나기 일보직전으로 몰렸다. 안 대표가 “김종인은 바지 사장” “호객행위”라고 맹비난했지만 김종인 대표는 “안 대표가 통합대상이 아니다. 그는 대통령후보를 위해 탈당해서 잘 모르겠고, 김한길 의원 등 다른 분들은 내 통합제안에 대해 알아서들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대표가 ‘야권통합’ 미끼를 던지기에  앞서 더민주당은 김한길·천정배 의원 지역구에 대항마를 세웠다. 김 위원장의 서울 광진갑에 전혜숙 전 의원을 공천했고, 천정배 대표의 지역구(광주 서을)에는 양향자 전 상성전자 상무를 내세웠다.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한길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더민주당에 이어 3등으로 추락한 결과도 나왔다. 천정배 대표는 양향자 공천으로 ‘수도권 출마’ 압력에 직면했다. 두 사람 모두 김종인 표 ‘야권통합’이 솔깃할 수밖에 없던 터였다.
 안철수-김한길-천정배 세 사람은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양당체제 타파”를 내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당의 ‘친노 패권주의’를 탈당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당장 양복 깃에 달린 ‘금배지’가 흔들리자 ‘야권통합’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창당 한 달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일단 김종인의 ‘호객행위’는 무위(無爲)로 끝난 모양새다. 야권통합 기습 제안이 안철수 대표의 완강한 저항 탓에 물밑으로 가라앉은 셈이다. 그러나 ‘금배지’에 집착한 국민의당 내부 세력에 의해 언제 어떤 형태로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른다. ‘야권통합’이 아니라 ‘야권연대’라는 형태다. “호남에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자유경쟁하되 수도권은 후보를 단일화하자”는 변태적인 ‘야권연대’가 그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아무리 “후보 간 연대도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김종인 대표는 전두환 장군의 국보위 출신이다. 민정당 등 여당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세 번, 장관 한번의 경력을 쌓았다. 그는 국보위에서 훈장까지 받았다. 그런 김 대표를 느닷없이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더민주당이나, “국보위 활동으로 받은 훈장을 반납하라”고 주장한 국민의당 일부 지도부가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신호’를 보낸 것이나 모두 기괴한 정치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