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떼 `과수원습격사건’

2006-06-14     경북도민일보
이제까지 알려진 곤충은 60만종 쯤 된다고 한다.이 곤충들은 저마다 특징이 있어 곤충 전문가가 아니라도 벌을 보면 기하학자를,개미를 보면 교육자를 떠올리게 되는 일이 많다.곤충을 꼽아나가자면 끝이 없다.딱정벌레,말똥구리,불나비,오줌싸개,베짱이,소금쟁이,물매미….그 많은 곤충이 이름이나 하나씩 얻어 가졌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풀빛 베짱이 풀잎에 매달리어/찌르르 울을 제에 난데없는 양미(凉味)돈다/처마 끝 발들이니 시원 더욱 하고나.”변영로(卞榮魯)는 곤충만 보면 시상이 떠올랐는지 이것저것 소재삼아 노래하다가 `베짱이’를 이렇게 읊었다.시골에서 맑은 이슬에 바짓가랑이 적셔가며 자란 사람이 아니고는 베짱이인지 여치인지 첫눈에 구분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시인의 말마따나 한여름 여치의 노랫소리 또한 `양미’를 느끼게 하긴 마찬가지니까.
 J.미슐레의 `곤충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곤충은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그것들은 소리로 떠들지 않는다.표정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자기를 설명하는가.그들은 그들의 힘에 의해서 이야기한다.”
 언어도 없는 곤충이 `힘’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갈색여치떼가 충북 영동지역 과수원 40여군데를 기습해 1주일 가까이 쑥대밭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살충제를 맞고 떨어져 죽은 갈색여치가 그야말로 시체더미를 이루고 있는데도 그 약효가 사흘을 못간다고 하니 난감한 노릇이다.
 메뚜기떼의 횡포는 많이 듣고 봐 이제는 익숙해진 터이지만 여치가 이렇게 고약한 줄은 처음 안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이 갈색여치떼도 메뚜기떼처럼 옮겨다니며 초토화 작전을 쓸것인지? 과일은 물론 채소류까지도 망가뜨리는 갈색여치떼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지금으로선 마땅한 약제도 없고 천적도 없다니 더욱 그렇다.영동은 지척이 아닌가.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