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맛의 비밀

2016-03-13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세상을 위하여 일하기에 등이 벗어지고 기운이 지칠 때에 마침내 푸줏간으로 끌려 들어가 피를 쏟고 목숨을 버려 사랑하던 자에게 내 살과 피를 먹이는 것은 더욱 성인의 극치인 듯하여 기쁘다. 그의 머리에 쇠메가 떨어질 때, 또 그의 목에 백정의 마지막 칼이 푹 들어갈 때, 그가 ‘으앙’하고 큰 소리를 지르거니와, 사람들아! 이것이 무슨 뜻인 줄을 아는가. ‘아아, 다 이루었다!하는 것이다.”
 춘원 이광수의 ‘우덕송(牛德頌)’가운데 몇 대목을 옮겨봤다. 춘원은 가축 가운데 소를 무척이나 귀히 여기고 사랑했던 것 같다. 그의 이런 품성은 그의 우덕송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같이 소의 최후 장면을 그린 글이지만 서양 작품의 다음 글은 춘원의 것과 확연히 다르다.
 “도살장의 일층에서 소들이 씩씩하게 떼를 지어 아귀아귀 먹고 음매음매 울고 그중에는 기분 좋게 사랑의 행위를 감행하는 놈도 있다. 그러나 이층에서는 이미 기계가 쇠망치를 내리쳐서 동무들을 때려 누이고 잘라 도막을 내고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끌어 낸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강렬한 인상은 없었다. 소들은 어리석게도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 S.츠바이크>
 농업개방시대를 맞아 수입산 쇠고기가 물밀듯 들어와도 한우의 인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것 같다. 한우 고기의 맛을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식성 때문일 게다. 농촌진흥청이 남다른 맛을 지닌 한우고기의 비밀을 밝혀 냈다. 단맛을 내는 글루코스가 2배 이상 높고, 감칠맛을 내는 ‘구아노신일인산염’과 ‘이노신일인산염’ 함량 또한 월등히 높다고 한다. 무려 4~10배나 된다. 게다가 수입 쇠고기는 쓴맛을 내는 ‘하이포크산틴’ 함량이 두 배 가량 높다고 한다. 이쯤 되면 축산농가가 전국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경북농민은 자부심을 갖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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