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舌是斬身刀)

2016-03-16     한동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이 어느 곳에 있으나 편안할 것이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의 속담 ‘일언기출 사마난추’(一言旣出 駟馬難追)는 “이미 내뱉은 한마디는 말 네 마리가 끄는 마차로도 쫓아갈 수가 없다” 는 뜻이다. ‘입’(口)은 모든 화근(禍根)의 진원이다.
 여야의 국회의원선거 후보공천에서도 ‘입’을 잘못 놀린 정치인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대표적 케이스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다. 모두 재선의원이다. 입 단속을 제대로 했다면 ‘3선’의 중진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그 입이 망친 것이다.
 더민주당 ‘막말대포’ 정청래 의원이 눈물을 보였다. 공천 탈락이 결정된 후 재심청구를 위해 당사를 방문했을 때 지지자들과 악수하면서 눈물을 비쳤고, 재심청구가 안 받아들여지자 트위터에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정 의원은 “눈물 나게 하는 정치가 있고 눈물 닦아주는 정치가 있다”며 “대한민국의 많은 아들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머니, 이럴 때 저는 어떡해야 하나요?” 라며 눈물을 흘린 것도 모자라 어머니까지 찾았다. 상대방을 참혹하게 공격하고 비웃고 조롱해온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는 게 뜻밖이다.
 정 의원 ‘눈물’의 원천은 그의 ‘입’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바뀐애”, “꼬꼬댁”이라고  희롱했을 정도니 오죽했을까. 그러나 정작 공천에서 탈락한 결정적인 원인은 같은 당 최고위원이던 주승용 의원에게 날린 “공갈” 발언이다. 문재인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탈당’을 암시한 주 의원이 탈당을 않자 “공갈마”라는 악담을 퍼부었다가 징계를 받았고, 그 징계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고 후회했지만 버스는 떠나버렸다.
 윤상현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무성 대표가 ‘공천살생부’를 언급했다는 내용을 전해듣자마자 “김무성 XXX 죽여버려”라는 극언을 퍼부었다. 동료 친박의원과의 통화다. 그의 욕설과 막말은 채널 A가 독점 보도했다.
 윤 의원과 통화한 의원이 ‘친박’이니 그가 통화를 유출했을 가능성은 없다. 윤 의원이 술에 취해 선거사무실에서 흥분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고, 주변에 있던 사람이 이를 녹음해 김 대표 측에 전달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당 대표를 “XXX”라고 욕하고 “죽여버려”라고 소리치면서 주변도 살피지 않은 그 몇 분(分) 때문에 추락하고 말았다.
 정·윤 의원 외에도 새누리당 5선 중진 이재오 의원이 공천탈락했다. 8년 전 이명박 정권의 2인자로 ‘친박 공천학살’의 주역으로 지목된 그가 결국 ‘친박‘이 휘두른 공천의 칼에 피를 흘리고 말았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다.
 그 역시 여당 소속으로 박 대통령을 향해 끊임없이 비수(匕首)를 날렸다. 세월호 사고가 터지자 페이스북에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세유삼망(世有三亡-망하는 세 가지 길)’이라는 섬뜩한 글을 올렸다. 국회에서는 ‘개헌추진국회의원모임’을 이끌며 박 대통령을 흔들었다. 본인에게는 날벼락이겠지만 ‘친박’에게는 8년 전 공천학살에 대한 해원(解寃)이자 박 대통령을 비난해온 데 대한 징치(懲治)에 해당될 것이다.
 15일 발표된 새누리당 공천에서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김희국(대구 중남)·류성걸(대구 동갑)·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이 탈락했다. 유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탈락했으니 억울할 만하다. 그러나 그들의 보스격인 유 의원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의 처신을 했다면 청와대만 원망하기도 민망하다. 결국 “청와대 알라들”이라며 기고만장했던 유 의원의 ‘입’이 ‘초선’에 불과한 의원들의 장래를 막은 격이다. 확실히 ‘입’은 모든 화근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