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 후예전’

2016-03-24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소나무는 바위봉우리에서 자라 맑게 천 길 너머에 서 있으니 바른 마음과 단단한 성질을 지니고 강건하게 얼음과 서리를 견디며 겨울을 지낸다. 이 때문에 군자가 법으로 삼는다.’ 당나라 유종원(柳宗元)이 ‘최군’이란 벗에게 준 서간문 한 구절을 강희안(姜希顔;1417~1464)이 저서 ‘양화소록’에 옮겨놓은 글이다. 강희안의 뜻은 김정희가 ‘한 해가 저물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 시드는 걸 안다’라는 논어구절을 가져와 세한도를 그린 뜻과 비슷하다.
 소나무, 특히 노송(老松)은 옛적부터 군자의 덕이나 선비의 기상절개 같은 것을 말할 때 으레 택하는 주제였다. 그래서 우리 옛 그림에는 노송도가 유난히 많다. 조선시대 강세황을 비롯하여 시대마다 내로라하는 화가들이 수도 없이 남기고 있는 것이 노송도인 거다. 그만큼 유명한 작품이 많지만 신라의 솔거를 뛰어넘는 스토리는 알지 못한다. 경주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가 하도 실물 같아서 날아가던 새가 깃들이려다 벽에 부딪혀 떨어졌다던 설화 말이다.
 오늘날도 소나무는 많은 예술가들이 다루는 소재이자 주제다. 평생을 소나무만 찍는 사진작가가 있는가 하면 노송도에 일생의 화필을 걸고 있는 유·무명의 화가도 많다. 그만큼 좋은 작품도 수두룩할 거다. 소나무가 ‘민족의 나무’로 정서 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건지, 누구나 소나무 그림 앞에서는 한참을 서 있게 된다.
 우리 시대 솔거의 후예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고 한다. 장이규 구명본 등 6인의 ‘소나무 화가’가 지난 5일부터 소나무 그림전 ‘솔거를 깨우다’란 전시회를 열고 있다는 거다. 참여하는 화가들은 모두 솔거의 후예라 불러도 좋을 역량 있는 작가들이라고 한다. 오는 7월 3일까지 이어질 거라는 이 전시회에 가서 노송도 그림이나 실컷 감상하면서 사라진 황룡사 노송도를 한껏 상상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