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니

2007-06-05     경북도민일보
 `머릿니는 인간 진화의 비밀을 알고 있다’- 2004년 10월 5일자 생물학 전문지 플로스 바이올로지는 머릿니 연구 논문을 실었다.발표자는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데이비드 리드 박사팀.머릿니 DNA를 분석한 결과 머릿니는 세계 각지에 분포된 것과 아메리카 대륙에만 사는 것 2종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했다.
 논문을 바짝 줄이면 이렇다. 수만년전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사피엔스는 동아시아에서 호모에렉투스와 맞닥뜨렸다. 전쟁을 치르기도 하면서 호모에렉투스의 머릿니가 호모사피엔스에게 옮겨졌다. 일부 호모사피엔스를 따라 아메리카대륙에 들어온 머릿니는 고유종을 지켰다. 원래부터 호모사피엔스의 머리털에 살던 머릿니는 숙주의 이동과 함께 세계 각지로 전파됐다.
 국내 신문에도 소개된 이 논문을 보면 기발한 발상이지만 그럴싸하다는 생각도 든다. 머릿니는 사람의 머리털을 벗어나면 길어봤자 이틀을 버티지 못하는 까닭이다. 머릿니는 원시시대부터 인류의 머리털 속에 숨어 배불리 먹고 번식해가며 첨단과학시대를 공유하게 된 꼴이다.
 근년들어 머릿니가 자주 기삿거리로 등장하고 있다.엊그제만 해도 질병관리본부는 머릿니 감염에 주의하라고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1월 대구. 마산에서 나타난 머릿니가 샅샅 곳곳에 퍼졌나 보다. 마땅히 신고할 일도 쉬쉬하는 세상인데 보고사항도 아니라는 머릿니가 무슨 자랑거리라고 신고까지 했으랴 싶기도 하다. 2002~2003년엔 경북 영덕·봉화 지역의 경우 남학생 1.5%,여학생 15%가 감염됐다고 하니 만만찮아 보인다.
 요즘 머릿니는 약에도 내성이 생겨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번식력까지 왕성해서 토종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라는 것이다. 하기야 인류의 조상과 더불어 천하를 떠돌아 다녔다니 쉽게 없어질 것도 아니다 싶기도 하다. 옮지 않도록 개인 위생에 관심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