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사월의 기억

2016-03-30     경북도민일보

   -이철우

 두릅 따러 가신 어매
 해거름이 되어도 오시지 아니하네
 이 골짝 가시었나 저 골짝 가시었나
 갈림길에 망설이며 애가 타는데
 
 날은 어두워
 처녀 귀신 나온다는 등성이는 못가고
 희미하게 떠오른 달님 붙잡고
 울 어매 지켜달라 두 손 모아 빌 때에
 가여운 울 어매 고개가 젖혀지게
 나물 보따리 이고 구비진 골짝길을
 총총히 내려 오네
 
 날 밝아도 쉼 없어라
 봄 나물 보따리 또 이고 지고
 그 먼 길 어이 갈까 걷고 걸어서
 읍내 장에 팔러 가신 울 어매
 
 저녁놀이 빨갛게 물들어 오면
 사릿문 앞에 서서
 아득한 길 목석 되어 바라 보다
 울 어매 가물가물 보여 오면
 멍멍이 보다 빨리 한달음에 달려간다
 
 반가워라 울 어매
 고마워라 울 어매
 고무신 한 켤레 눈깔사탕 한 봉지
 사가지고 오셨네
 
 그리워라 그리워라
 눈 감으면 고향 산천
 내 딛는 자욱마다 그리운 울 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