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맥주’

2007-06-06     경북도민일보
 맥주의 특징은 홉(hop)이 내는 쓴맛과 거품이다. 영국에서는 맥주를 에일(ale)이라고 하는데 홉이 든 에일이 비어(beer)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초기의 맥주는 변질이 잘 돼 보관에 애를 먹였던 모양이다. 이 골칫거리의 해결책이 병맥주였다.
 병맥주의 탄생은 종교탄압과도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핍박받던 프로테스탄트 목사 노웰은 낚시광이었다. 체포조가 낚시터로 떠난다는 귀띔을 받은 그는 병에 담아가지고 갔던 맥주도 버리고 줄행랑 쳤다. 몇년뒤 돌아와 그 맥주병을 발견하고 마개를 여는 순간 총소리가 나는 듯했다. 그 맛 또한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뒤로 그는 맥주를 병에 담아두었다가 손님들을 접대해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지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여왕시대엔 병맥주 관습이 실제로 있었다.
 탄생의 배경이야 어찌됐건 맥주는 많은 사람들이 칭송한다. 작가 안수길씨도 그 한 사람이다. 그는 맥주를 마시면서 `향수’를 썼던 것일까. “맥주는 「맥주」로 불러야 맥주맛이 난다고 생각했다. 어감에서 오는 구미랄가. 시원한 감각은 비루나 비어라는 어감에서보다 「맥주」라는 어감에서 더 풍겨진다. 더우기 맥주의 맥(麥)자에서 오는 신호는 실물인 보리를 연상케 하곤 했다.…”푸르른 보리가 물결치 듯 하는 고향땅 보리밭. 아련한 그리움이 배어나온다.
 쌀로 만든 맥주가 첫선을 보였다. 국세청 기술연구소의 김현식 과장이 2년 넘도록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 낸 `쌀 맥주’다. 엊그제 시음회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는 4.5도와 5도 두 종류. 특허등록도 마쳤다. 상품성이 인정되면 쌀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영국에서는 1735년 병맥주가 상업성을 띠기 시작했다. 병맥주가 대량 생산 시기는 1800년 무렵이라고 한다. 그래도 `쌀 맥주’는 생각해내지 못했으니 우리가 분명히 `원조’다.
 김용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