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인라인 경기장 헛장사

2016-04-25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아무런 보람도 없이 쓰는 힘이 `헛심’이다. 그렇게 수고를 하면 `헛수고’다. 같은 뜻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헛애’다. 박태원의 `천변풍경’에 이 말이 나온다. “ 그러한 내막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대로 부질없이 헛애만 쓰고 있는 듯싶은 포목전 주인을 소년은 한편으로는 웃으웁게도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는 몹시 딱하게 여겨도 주었다.”
 포항 인라인롤러스케이트장이 바로 이런 경우일 것만 같다. 한때는 국가대표선수단 50여명이 석 달 동안이나 전지훈련을 했던 곳이다. 전국규모대회도 열려 그때 포항에 떨어진 돈이 10억원이 넘었다.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은 거기까지였다. 약발은 1년을 넘기고는그만이었다. 경기장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벌어진 틈바구니에 바퀴가 걸릴 지경인 곳이 수백 군데다. 이런 곳을 누가 찾아올 것인가. 뻔한 얘기다.
 2010년의 총아가 태어난 지 1년여만에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 꼴이다. 심하게 말하면 지진으로 갈라진 길바닥의 축소판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원인은 부실공사다. 지반을 충분히 다지지 않고 서둘러 경기장을 만든 때문이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곳이 수백 군데라니 가뭄 만난 논바닥이 따로 없달 지경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몰려오고 돈이 비오 듯 쏟아진 2010년엔 헤벌쭉했겠다. 그 뒤 몇 년은 소태 씹은 얼굴이 아니었겠나. 15억원이나 들여 헛장사를 한 꼴이니 헛물을 켜도 너무 켰고, 헛발질도 너무 심했다.
 이런 경우를 말하는 속담이 수두룩하다. `떡도 떡같이 못해 먹고 찹쌀 한 섬만 다 없어졌다’고 한다. 비슷한 속담은 많지만 조금 유식해지고 싶다. `도로무공’(徒勞無功)
 `노이무공’(勞而無功). 애만 쓰고 공들인 보람이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조속히 전면보수하겠다”고 했다. 마치 예산이 주머니 안에 들어있다는 듯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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