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곡 수박

2016-05-02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둥글둥글한 수박은 모난 데가 없지만 그 씨앗은 전쟁을 품고 있다. 원산지 아프리카에서 아랍,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북아에 전파된 과정이 온통 전쟁에 얽혀있어 하는 소리다. 중국 북방의 거란이 서역인  위그루 회흘(回紇)에서 수박 종자를 빼앗아 온 것도 전쟁을 통해서였다. 군사력이 약한 옛 중국 송(宋)나라 사신이 북방으로 화친을 맺으러 갔다가 몰래 감춰와 남방에 퍼뜨렸다고 한다. 중국판 문익점이다.
 고려 충렬왕 때 수박을 처음 들여온 이는 몽골장수 홍다구(洪茶丘)였다. 그의 몸에는 고려인의 피가 흘렀지만 언행은 철저한 몽골인이었다. 고려침공에 앞장선 그가 수박을 개성에 들여온 것도  돈벌이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재배는 쉽지 않았다. 100여년 뒤인 조선조 세종대왕  때에도 수박 1통을 사려면 쌀 반 가마 값을 내야 할만큼 비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궁중에서도 수박을 훔치다가 들켜서 곤장을 100대나 맞고 경북 영해에서 귀양살이를 한 내시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는 얘기다.
 껍질 째 먹는 수박도 나온 세상이다. 크기가 큰 사과만한 것의 껍질이 1~2㎜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이 미니 수박은 1통에 8000~1만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건강에 좋다면서 수박씨도 먹기를 권하고 있다. 껍질에 씨까지, 버릴 게 없는 수박인 셈이다.
 고령군 우곡면은 알아주는 수박산지다. 달고 시원한 게 꿀맛이어서 고령 우곡 수박은 특산품 반열에 올라있다. 이 우곡 수박이 지난달 27일 서울 가락시장에 첫 출하됐다. 수박 1통의 무게는 평균 9㎏라고 한다. 첫 생산품으로 1600통을 출하했다. 올해 우곡 수박은 농가 279호가 250㏊에서 재배했다. 예상되는  올해 총 조수익은 180억원 정도라고 보도됐다. 끊임없는 품종개량으로  억대 부농이 줄줄이 나오는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