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산(歸山)2

2016-05-09     경북도민일보

   -이철우

 우러러야 볼 수 있는 산에는
 나무가 살고 나무가 사는 곳에
 섭리에 복종하는 생명들이 산다.
 하늘에 물결치는 수만의 이파리들은
 맑은 숨결로 바람을 내고
 바람은 씨앗들을 흩날려 산을 일군다
 물은 낮은 곳으로만 흐른다는
 순리를 아는 웅숭깊은 산은
 품에 가둔 물을 풀어 샘을 솟구고
 샘물은 흐르다 부딪치고 부딪쳐서
 새파랗게 멍들며 기어이 물길을 연다
 개울은 모여 강이 되고
 강은 대지를 안고 돌아
 들녘을 적시어 비옥해진
 그곳에 사람들이 산다
 그 숨결 그 물길 탯줄 되어
 사람들이 산다
 우리도 산이 된다. 되고야 만다
 살아서 아픈 사람들이 샘물처럼
 멍든 가슴으로 산으로 오고
 끝내 만가의 종소리 앞세우고
 산으로 와서
 흙이 되고 산이 된다
 
 바람이 불어오면 후두둑 낙엽은 지고
 산은 묵묵히 제 높이를 더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