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 배가 산으로 가선 안된다

2016-05-23     연합뉴스

 여야 지도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친 거제, 부산의 경제인, 노동계와 잇달아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김해 봉하마을에 가는 길에 구조조정 현안과 씨름하고 있는 두 지역에 들러 ‘민생 해결사’ 이미지를 구축하고 경제 이슈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당이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조 관계자들이 조선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 등을 요구한 데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경영이 잘못되면 시장원리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는 정부가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경영진과 채권단에도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은 구조조정 재원조달 방안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힘을 실어이에 대한 논의에 불을 댕길지 주목된다.
 정치권의 이런 ‘훈수’는 부실 경영 책임 규명, 대량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관한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배가 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이 개입해 이런저런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채권단 손실, 감원, 부실업체 정리 등 대량 출혈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기업 구조조정이 죽도 밥도 안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4·13 총선 전야에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는 울산 현대중공업을 방문해 근로자 고용보장을 약속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 3’는 최근 자산 매각, 인건비 삭감, 시설 투자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수십조 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줄이고 경영을 정상화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선 전부터 구조조정 재원조달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던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권은 아직 국책은행 자본조달 방안을 정리하지 못했고, 구조조정 청사진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속도가 생명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이래저래 말만 무성할 뿐 실질적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고통을 근로자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되며 대주주가 책임을 분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이 구조조정을 흐지부지하게 만들거나 하나 마나 한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의미 있는 구조조정이 되려면 내년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도래하기 전에 속전속결 해야 한다.
 올해 남은 기간이 ‘골든 타임’인 것이다. 정치권은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에 머물러야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일을 꼬이게 할 수 있다. 구조조정이 잘못되거나 지체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