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 경북서 포석?

이번 주말 안동·경주 親 TK 행보 주목

2016-05-24     권재익기자

[경북도민일보 = 권재익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29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지역 명사들과 점심을 함께 할 계획이다.

반 총장은 이날 양진당(養眞堂·보물 306호)과 충효당(忠孝堂·보물 414호) 등을 돌며 약 2시간 하회마을에서 머문다.

양진당은 서애 류성룡의 친형인 류운룡(柳雲龍) 종택으로 풍산 류씨 종택이다.

길을 사이에 두고 양진당과 마주 보는 충효당은 서애 선생의 고택이다.

임진왜란 때 가문을 지킨 류운룡의 종택인 양진당은 ‘효’를, 선조를 모시고 나라를 지킨 서애 선생의 고택 충효당은 ‘충’을 상징한다.

반 총장은 충효당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 오준 유엔 수석대사, 권영세 안동시장, 류상붕 풍산류씨 양진당 대종손, 류창해 충효당 종손,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 등과 오찬을 한다.

오준 유엔 수석대사를 뺀 나머지 참석자는 대부분 경북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다.

500여 년 시차가 있지만, 서애 선생과 반 총장은 외교전문가라는 공통점 때문에이곳을 오찬장으로 선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서애 선생은 임진왜란을 전후해 명나라 원군을 끌어들이고 이순신과 권율을 발탁한 공로로 조선 ‘외교·안보’ 아이콘으로 꼽힌다.

반 총장 역시 유엔 사무총장에 오를 만큼 뛰어난 외교적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 총장은 충효당 주변에 기념식수도 할 예정이다. 식수 장소는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나무를 심은 곳과 매우 가깝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은 충효당을 찾은 뒤 높이 3m가량의 20년생 구상나무를 심었다.

하회마을을 찾은 인사들이 기념식수를 한 것도 매우 드물다.

박정희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父子) 등이 방문했지만, 아버지 부시만 병산서원에 식수했다.

반 총장이 충효당에서 경북 명사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서애 선생과 자신을 대비시킴으로써 반 총장을 대한민국을 이끌 적임자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중론이다.

‘친(親) TK(대구·경북)’ 행보를 보임으로써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반기문대망론’을 다지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 총장과 유엔 측은 하회마을 방문은 국내 정치와 무관한 일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안동 시민들은 정치적 해석과 무관하게 반 총장의 하회마을 방문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시민은 “반 총장이 차기 대선 출마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지만, 안동 방문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며 “정치적 의미 부여를 떠나 세계적인 인물이 안동을 찾는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