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금배지

2016-06-06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요즘 들어 곳곳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많이도 일어나고 있다. 고령의 제지공장에서는 가스 중독사고가 일어났다. 정화조 청소하다가 횡액을 당하기도 했다. 이 경우 ‘가스’라고 쓰고 대부분  ‘까스’라고 읽는다. 이렇듯 표기법과 실제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외래어는 수두룩하다. 흔히 ‘빼찌’로 통하는 ‘배지(badge)’도 그 하나다.
배지를 뜻하는 휘장(徽章)은 신분·직무·명예를 나타내기 위해 옷·모자에 붙이는 표장이다. 국어사전의 뜻풀이다. 영화 ‘애수’에서 주연 여배우 비비안리를 주눅 들게한 기병대 마크나, 세계인의 웃음거리인 김일성배지나 모두 이 범주에 든다. 배지 안 달아보고 한살이를 마치는 사람은 없을 게다. 학교 배지, 직장 배지 같은 것들이다. 달고 있으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이어령씨가 쓴 ‘우리문화의 박물지’에 ‘갓’을 얘기한 대목이 나온다. “아마도 인류가 만든 모자 가운데 갓만큼 가장 가볍고 가장 엄숙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도 없을 것이다. 갓이 표현하는 의미는 실용성도 심미적인 장식성도 아닌 일종의 점잖음을 보여주는 도덕성이다. 갓 쓰고 망신당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그것은 쓴 사람의 인격이나 정신을 표현하는 언어, 하나의 기호이다. 남자의,선비의,양반의, 시니피앙(sinifiant:記標)으로서 사람 전체의 몸을 기호로 바꿔놓는 작용을 한다.”
갓은 옛 선비의 상징이었다. 요즘 선거직의 상징물은 뭐니 뭐니 해도 ‘금배지’다. 대구·경북 지방의회 의원의 배지값이 제각각이라고 보도됐다. 값이 의회에 따라 하늘과 땅 만큼 벌어져 있다. 울릉군의회의 동·아연 배지는 개당 3300원이다. 청송군의회는 46만3000원짜리 24k순금배지다. 40만원을 넘는 지역은 의성·청도·문경·봉화라고 소개됐다. 비싼 배지 달았으니 ‘밥값’이라도 제대로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