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2016-06-13     경북도민일보

   -이철우

 바랭이 방동사니
 마른 잡초향 물씬 풍기는
 쓸쓸해서 더 살가운 시골 간이역은
 기차가 오기까지 하릴없는 시간이
 정지되었다
 
 빛바랜 보자기를 무릎에 올려놓은
 녹슨 철로의 받침목보다 더 깊게 주름진
 할머니의 이마에 햇살이 흥건하다
 때 절은 흰 깃발을 손에 쥔 역무원은
 질펀한 시간이 겨운 듯 졸고 있다
 
 이곳에선 사람들은 말이 없다
 모두 어디론가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사람들은 부쩍 철이 든다
 침적의 한 때에 젖어진 사색으로
 잠시 머물다 떠나는 기차처럼
 인생도 짐짓 그러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고추잠자리가 길을 비킬 때
 할머니의 휘어진 허리 같은 기차가 들어오면
 간이역은 일순 멈춘 시간이 다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