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재탄생

2016-06-21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이어령 씨가 ‘엽전’을 ‘우주를 담은 돈’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한 글을 쓴 일이 있다. 그는 “둥근 것은 하늘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네모난 구멍은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땅”이라면서 “작은 엽전이 천지의 우주와 통하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권력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지 않은 엽전의 장점도 꼽았다. 엽전은 “천지에 속해 있으므로 본래의 쇳조각이 되어 대지의 금속으로 돌아간다. 엽전은 돈이면서도 하나의 철광석”이라는 지론이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지폐로 바꿔준 동전은 2억6700만개라고 밝혔다. 모두 합하면 367억원이다. 서랍 속에서 굴러다니던 푼수치고는 값비싼 자격을 지닌 화폐인 셈이다. 이 동전을 모두 새 동전으로 다시 만들려면 225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부할 목적으로 모금된 동전은 3900만원 어치라고 한다. 금융기관 창구 앞에 쓸쓸히 놓여있는 ‘플라스틱 돼지’가 뱃속에 품고 있던 이 동전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이게 된다.
1주일 전 어느 건축업자가 외국인 노동자 4명에게 동전 2만2802개를 뒤섞어 밀린 월급을 줬다고 해서 공분(公憤)을 산 일이 있다. 동전으로 받은 밀린 월급은 440만원이었다. 임금 17만원을 10원짜리 동전으로 준 음식점 주인도 있었다. 이같은 ‘동전 갑(甲)질’ 사례는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되새기기엔 벅찰 지경이다. 
빠르면 연말쯤 되려나. 앞으로는 동전 거래가 없어지게 된다. 동전의 단위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동전을 현물로 주고받는 일이 없어진다는 소리다. 장부상으로는 분명하게 정리되지만 짤랑거리는 동전소리는 듣기 어렵게 된다. 기념품으로 갖고 있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부지런히 정리할 필요도 있겠다. ‘동전기부’도 열심히 해서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도 주고…. 엽전은 아니지만 철광석으로 되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동전의 마지막이 아름답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