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직 걸기

2016-06-22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신공항 문제는 지난 2011년과 똑같이 백지화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발표 이전 서병수 부산시장이 밝혔던 ‘가덕도 유치 실패 시 시장 사퇴’ 문제는 깔끔히 정리가 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는 백지화 발표 하루 전인 지난 20일에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패 시 시장 사퇴’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결국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 쪽으로 결론이 났으니 서 시장은 어찌해야 하는가. 종편 패널 같은 호사가들은 지금 이 이야기로 한껏 꽃을 피우고 있다.
입지 선정 발표를 앞두고 얼마 전까지 가덕도를 지지하는 쪽이나 밀양 지지 쪽이 모두 정치적 접근을 하지 말자고, 제법 신사적이고 그럴듯하게 약속했었다. 서병수 부산시장 자신도 정치적으로 결정돼서는 안 될 일이라고 줄기차게 말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신공항 가덕도 유치에 시장 직을 걸어놓고 ‘신공항은 가덕도로’를 외쳤던 거다. 그 자체가 정치적 접근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힐난하는 소리도 많았었다. 
서 부산시장이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에서 탈락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걸 두고 혹자는 평한다. 먼저 과거 2011년 당시 서울의 오세훈 시장이 학교 무상급식 반대에 시장 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다. 그런 점에서 어쨌건 ‘가덕도신공항’이 무산됐으니 사퇴해야 한다는 거다. 한편으론 감연히 시장 직을 걸었다는 점에서 언뜻 같은 경우로 생각하기 쉽지만 두 사안은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다. 오세훈의 학교 전면 무상급식 사안은 서울시 예산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었기에 시장이 판단해야 할 소관 업무였지만 신공항은 아니라는 거다.
부산시장직을 건 신공항 입지선정은 부산시 소관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애초 시장 직을 건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거다. 신공항 건설이 부산시장의 일이 아닌 마당에 시장 직을 건 것은 비록 선을 넘은 것으로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국책사업 유치전에서 패했다고 시장이 사퇴하는 걸 유권자들이 원하겠느냐는 의견이다. 양쪽 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어쨌거나 부산시장이 신공항에 직을 걸었다는 것 자체를 가벼운 정치적 언행이었다며 나무라는 비판은 ‘사퇴’를 주장하는 쪽이나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는 쪽이 모두 같다. 서병수 시장의 선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