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분쟁

2016-06-26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목이 그렇게 굵어가지고 마음이 곧을 리 없고, 꼬리가 그렇게 짧아가지고 영리할 리 없다. 게다가 그 비계덩어리로만 찬 뚱뚱한 몸집은 비위(脾胃) 주머니일 것만 같고 길다란 속눈썹 밑에서 한가롭게 꺼벅시기만 하는 초리 길게 뻗은 그 길죽한 눈은 아무리 보아도 흉물스럽다.” 계용묵이 쓴 ‘돼지’의 한 대목을 옮겨 적었다. 어느 구절을 봐도 돼지에 대한 애정은 없다. 시쳇말로 ‘비호감’일색이다.
돼지라고 해서 예쁜 구석이 그렇게 없을 것만도 아닐 텐데도 대체로 악평이 많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어떻고, ‘돼지 앞에 진주’가 어떠니 해가면서 헐뜯는다. ‘돼지는 흐린 물을 좋아한다’에 이르면 마음에 안 드는 사람까지 싸잡아 돼지를 만들어 버린다. 사전의 뜻풀이를 보면 “더러운 사람은 더러운 사람끼리 좋아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돼지는 한 가지 사례로 꼽아본 것일 뿐이다. 다른 가축들도 쓸모도 많지만 ‘미운털’ 또한 많이 박혔다. 무엇보다도 축사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는 제아무리 수양을 쌓은 사람이라한들 코를 막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KTX가 첫선을 뵐 무렵 신경주역 인근의 양돈단지 이전이 화급한 현안이 되지 않았던가. 악취와 함께 비만 내리면 오·폐수 속에 섞여 흘러내려 말썽의 씨앗이 되는 것도 가축 분뇨다. 지난 1년간 경남도에서 적발한 ‘무단방류’가 168곳이라고 보도됐다.
경북이라고 크게 다를리 없을 게다. 실제로 도내 곳곳에서 축사문제는 골머리 아픈 현안이 되어오고 있다. 그 일례가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에서 일어난 대규모 축사건립 허가 문제다. 지역주민도 아닌 외지 기업인이 상수원 보호구역 가까운 곳에 대규모 축사를 짓는다고 한다. 이를 반길 주민이 있을 리 없다. 봉화에서는 반대 추진위를 꾸리고 집회까지 벌여가며 허가 경위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던지고 있다. 결말이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