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만두

2016-06-30     경북도민일보

   -한상권

 2호산 신남역에 내려
 꽃피는 대명동으로 가려면
 미성당이라는 만두집을 지나야 한다
 아직 만두를 빚지 않은 시간에
 아침 버스 안을 납작납작 눌러야 한다
 가볍지 않은 납작가방을 무릎 위에 올리고
 햇살 왕만두피를 조곤조곤 펼쳐놓고
 볶은 생각의 당면과 부추를 오롯이 넣고
 참기름 깨소금까지 살몃살몃 얹은 뒤
 반으로 접어 꼭꼭 눌러주어야 한다
 이때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주는 것이 중요한데
 손가락을 이용해 끝자락을 살짝살짝 눌러주면
 햇살 만두피가 노릇노릇 고르게 익는다
 잠시 감았던 눈을 뜨면, 아침
 버스 안에 차곡차곡 쌓인 납작만두 같은
 사람들과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다
 더 익을 것도 씹을 것도 없는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이 조각들이
 고소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오늘은 참으로 배가 부르다
 만두꽃처럼 납작납작 부풀어 오른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