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구속, 롯데 오너일가 반성해야

2016-07-07     연합뉴스

 국내 재계 서열 5위 그룹인 롯데의 경영권을 놓고 형제들이 이전투구하는 상황에서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7일 새벽 구속됐다.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이후 오너 일가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의하면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주업체들로부터 매장 관리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명품 수입 유통업체에 세 딸을 등기임원으로 올려놓고 급여 명목 등으로 회삿돈 4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상대로 이미 드러난 개인 비리 외에 롯데그룹의 비자금 관련 의혹도 조사한다고 하니 어떤 혐의가 더 드러날지 모르겠다.
 재벌의 맏딸로 태어나 막대한 부를 축적한 신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 업체들의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신 이사장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롯데호텔 이사로 입사한 뒤 10년 만에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 상무가 됐고, 여기서 부사장을 지내다 사장까지 역임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의 대모로 불리며 경영에서 손을 뗀 뒤에도 롯데의 유통부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을 이용해 ‘을’의 위치에 있는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면 도덕적으로 용인받기 어렵다. 그런 행위는 업체들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결국 상품 가격에 반영돼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신 이사장이 자녀들 외에 다른 직원 이름을 가짜로 기재해놓고 급여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는데 사실이라면 그 좀스런 천박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롯데그룹은 신 이사장의 비리 혐의를 그룹과는 상관없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신 이사장이 장기간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이끌었던 만큼 경영윤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크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이와 관련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 문제는 한 개인의 형사책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롯데그룹 경영체질과 법규 준수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밖에서 보기엔 그룹에 대한 애정은 간 곳 없이 고령의 부친을 사이에 두고 동생과 막장 경영권 싸움을 이어가는 신 전 부회장이 할 말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장기화하는 경기침체와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 빈부 격차 확대 등으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재벌가의 일탈과 추문은 국민감정만 악화시킬 뿐이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