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풀어주면 산다

2016-07-10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축산항에서 방생 행사를 본 일이 있다. 종교행사 같아 방해되지 않도록 멀찍이 떨어져 흘끔거렸다. 그러니 풀어주는 어종까지 챙겨 볼 수는 없었다. 바다는 물고기의 삶의 터전이다. 그 속에 물고기 몇 십, 몇 백 마리 더 보태준다고 수산자원이 당장 풍성해지느냐고 똑똑한 체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자세다.
싹쓸이 세상이다. 무엇이 됐건 깡그리 훑고, 털어 씨를 말려야 속이 후련해지는 모양이다. 바람조차도 가장 거센바람을 ‘싹쓸바람’이라고 한다. 태풍을 그렇게 부른다. 그런가하면 바다 밑은 저인망이 훑는다. 그물눈이 촘촘해서 빠져나갈 물고기가 거의 없다. 때문에 바다에서 물고기의 씨가 마른다는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바다에서도 방생방류로 ‘사발농사’라도 지어야 할 형편이다.
어족자원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품종 가운데 하나로 대게를 꼽는다. 성장 속도가 느린데다 싹쓸이까지 횡행하니 온전하다면 되레 이상할 노릇이다. 지난해 대게 어획량이 1900t이다. 2007년 기록한 4800t과 비교하면 반 토막도 채 안 될 정도여서 볼품없달   지경이다. 이대로 가다간 대게는 또 다른 명태 신세가 될 것만 같다. 동해에서 명태의 씨가 마를 사태를 내다본 사람이 누구 하나 있었던가. 마구잡이만이 능사였다. 멸종의  신무기는 싹쓸이임을 증명해 보인 꼴이다.
어린대게와 암컷(빵게)을 붙잡힌 당일 풀어주기만 하면 수심과 관계없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됐다. 수심 35·50·100m에 대게를 방류했더니 생존율 98%를 기록하더라는 얘기다. 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가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암컷 대게 1마리가 품고 있는 알은 무려 10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암컷 1마리를 살려 보내면 뒷날 10만 마리로 돌아온다니 대박이 따로 없다. 수심  핑계 삼지 말고 잡는 즉시 돌려보내자.